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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22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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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도입 이후 러시아의 많은 직장여성들이 이런 푸념을 한다. 직장에서 성희롱 임금차별 해고위협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여성과법국제개발(WLDI)’의 최근 보고서도 러시아 직장여성의 근무여건이 사회주의 시절보다 나빠졌다고 밝혔다.
특히 WLDI는 러시아에서 여직원에 대한 직장 상사의 ‘성적(性的) 강요’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상사가 여직원에게 출장 동행이나 성적 접촉을 강요하는 일이 너무 잦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직원 채용 때부터 나타난다. 직종과 관계없이 ‘모델 같은 외모’나 ‘긴 다리’ 등을 채용조건으로 내세우는 구인광고가 흔하다. 오죽했으면 일부 여성은 구직광고를 내면서 ‘성적 요구는 사절’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도 한다.모스크바의 여성보호 단체 ‘디아나’에 따르면 모스크바 전체 직장의 3분의 1 이상에서 ‘성적 강요’가 횡행하고 있다. 특히 기업주가 ‘자본주의에서는 직원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민간기업이 더 심각하다고 디아나는 지적했다.
그러잖아도 러시아 여성들의 평균 월급은 같은 직종 남성의 65%에 불과하다. 고학력 여성들이 100∼200달러의 낮은 월급으로 비숙련업종에 종사하는 경우도 많다.
러시아는 1930년대에 성희롱 처벌규정을 형법에 두었다. 사회주의 시절에는 남녀간 임금차별이 거의 없었다. 러시아 직장여성들의 푸념도 무리가 아니다.
러시아는 자본주의를 잘못 배우는 것 같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도 러시아를 비웃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김기현〈모스크바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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