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용길/학교의 지식교육 중요하다

  • 입력 1999년 11월 22일 19시 11분


아이들이 공부를 접어두고 밖으로 나도는 이유는 학교가 실제생활에 도움이 안되는 고리타분한 교과과정을 가르치며 경쟁만 조장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얼마전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는 학교의 특기적성 교육이 부실해 아이들이 술과 춤으로 답답함을 풀다가 변을 당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학과 지식중심의 교육을 고리타분한 교과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학과지식 교육이야말로 산업과 문화발전의 토대이며 시발점이라는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튼튼한 기초학력의 기반없이 무엇이 가능할까? 학교의 목적은 축적된 지식의 전수를 통한 사회지식기반의 확대다. 지식교육을 하지 말라니 온 학교를 놀이터로 만들어야 하는가?

극심한 경쟁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를 접어두고 밖으로 나돈다는 주장은 아이들에게 공부 걱정말고 그냥 놀라는 부추김과 다름이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쟁없는 세상이 없다. 경쟁은 인간의 본능이며 발전의 원동력이다. 경쟁을 하지 않고 살 방도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이후 온 나라가 경쟁력을 키우자고 난리다. 현행 교육개혁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국가경쟁력의 신장이다.

아이들 불쌍하고 사교육비 줄인다고 쉽게 조금씩만 가르치면 전체아동의 학력은 필경 하향평준화된다. 가진 자원이라고는 인력밖에 없는 나라에서 ‘놀자’ 교육은 국가침몰을 예고한다.

특기적성 교육은 학력경시 풍조를 낳는다. 안해도 되는 공부를 일부러 하는 아이는 드물고,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데 모든 과목을 다 배우려는 아이도 없다. 배움의 가치는 무시되고, 한가지만 하려드니 전체를 놓치는 좁은 시각의 아이들이 생겨난다.

학교와 사회의 저질평준화는 당연한 귀결이다.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고 세상을 사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도 적성을 존중한다니 예체능, 외국어 학원만 호황을 만나게 된다. 레슨비와 학원비 등 사교육비를 어떻게 감당하는가? 없는 사람들만 죽이는 몹쓸 정책이다.

모든 아이들이 연예인 미술가 체육인이 될 필요가 없고 돼서도 안된다. 예체능계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숫자가얼마나되는가? 모든 사람이 춤 음악 미술 체육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대부분 아이들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교육은 지식위주의 학교교육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가의 산업이 지탱되고 발전한다.

한가지만 잘하라는 특기적성 교육은 절름발이 교육이다.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남이 모르는 것도 알아야 하지만 남이 아는 것도 함께 알아야 한다. 학교교육은 폭넓은 학과지식을 가르쳐야만 한다. 학교는 공평한 지식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의 특기와 적성의 개발은 각자 알아서 할 문제다. 그것이 민주교육이고 그래야 나라가 발전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가 재미 없으므로 될 수 있으면 밖으로 나돈다. 이런 아이들을 타이르고 붙잡아주는 것이 사회와 부모의 임무가 아닐까? 그러면 못쓴다고 일깨워야 하지 않을까?

미국식 진보주의 열린 교육의 환상이 정부의 무분별한 세계화 개방화 정책과 어우러져 우리 학교를 뒤집고 말았다. 이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황용길<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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