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프로야구]은퇴결심 선동렬, 현역활동 미련 버릿듯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8시 47분


‘국민투수’ 선동렬의 신화가 역사의 한편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광주일고 시절인 70년대말 초고교급투수로 이름을 알린 그는 고려대 2년 때인 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금세기 최고 슈퍼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군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한 그는 85년 당시로선 사상 최고액인 계약금 1억3800만원(연봉 1200만원)에 연고팀 해태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 스카우트 파동에 따른 규제에 묶여 후반기에만 뛰었지만 평균자책 1위(1.70)에 올랐던 그는 이후 꿈의 0점대 평균자책을 세번이나 기록하며 평균자책 1위 8번, 다승왕 4번, 탈삼진왕 5번, 구원왕 2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선동렬은 96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뒤에도 이듬해부터 3년연속 30세이브포인트(SP)를 넘기며 ‘무등산 폭격기’에서 ‘나고야의 수호신’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그런 그이기에 21일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 결심은 야구팬은 물론 전 국민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체력과 구위에선 아직 한계에 부닥치지 않은 그로선 2억엔(약 20억원)의 거액 연봉이 보장된 현역생활을 이어갈 길이 충분히 열려 있었지만 더 이상 미련을 보이지 않았다.

시즌 중 “정상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그로선 해태와 주니치의 이전투구식 재임대료 협상과 내년 시즌 주니치 코칭스태프의 중간계투 기용설 등 좋지 않은 소식에 자신이 직접 마침표를 찍었던 것.

선동렬은 역시 물러날 때를 아는 우리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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