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지하철-버스 잡상인 너무해요”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1일 오후 좌석버스에 앉아 졸고 가던 회사원 김미영씨(24·여)는 갑자기 무릎에 섬뜩한 기척이 느껴져 눈을 떴다.

낯선 40대 남자가 돌아다니며 승객들의 무릎에 수세미 때수건 등이 들어있는 비닐봉지꾸러미를 떠넘기듯 놓고 가고 있었다. 이어 남자는 “조용한 차안에서 소란을 피우게 돼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큰 소리로 물건을 선전하기 시작했다.

▼집요하게 달라붙어 구매 독촉▼

잠시후 김씨는 지하철 사당역에서 2호선 지하철을 탔다. 그러자 이번엔 구둣솔을 팔러 나온 한 남자가 전동차안을 돌아다니며 승객들의 구두를 직접 문질러댔다. 치마를 입은 한 아가씨는 이 남자가 다가오자 질겁을 하며 일어섰다.

최근들어 지하철 전동차나 좌석버스 안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물론 이들중 상당수는 나름대로 승객들에게 예의를 갖추려 하고 승객들도 ‘먹고 살려고 하는데…’라며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중엔 거의 ‘강매’하듯이 집요하게 달라붙는 잡상인들도 적지 않아 승객들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하철1∼4호선 전동차내에서 물건판매 구걸 선교 불법광고물배포 등을 하다 단속된 사람이 올 상반기의 월평균 1만15명에서 8,9월에는 월평균 1만25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중 물건판매가 30%가량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제난과 이완된 사회분위기의 영향으로 잡상인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포분위기 조성하기도▼

더구나 최근엔 60, 70년대에 기승을 부렸던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물건을 팔려는 잡상인도 다시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안양시 인덕원에서 서울 도심으로 가는 좌석버스안. 30대 후반의 남자가 올라타더니 “강도 살인죄로 복역하다 막 출소했다”고 2분여 동안 자신의 범죄경력을 소개한 뒤 승객들에게 다가가 ‘건강지압용 신발깔창’을 들이밀었다. 심지어 뒷좌석에서 졸고 있는 50대 남자 승객에게 다가가서는 어깨를 흔들어 깨우더니 가슴을 톡톡 치며 신발깔창을 눈앞에 들이댔다. 승객이 불쾌한 표정을 짓자 이 남자는 승객이 눈을 내리깔 때까지 노려봤다. 이 남자가 내리자 한 여자 승객은 “TV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상황이 대낮에 실제로 벌어진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차내 잡상인들을 경범죄 사범으로 단속해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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