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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31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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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보다 고위공직자층에 질병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통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돈을 가졌고 힘 있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무엇일지 헤아려 보자. 말할 것도 없이 교육과 건강일 것이다. 평소 병이 있으면 병원에 가 보통사람보다 우선적인 특진(特診)혜택도 받았을 터이다. 그런 유력층이 보통사람들보다 건강하지 못하다니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군 장성 아들의 현역복무율이 공직자그룹 중 가장 높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병무행정을 담당하는 병무청 간부 아들의 현역 면제율이 높은 것 역시 문제다. 병역면제를 받으면 ‘신의 아들’, 보충역 판정이면 ‘장군의 아들’, 현역으로 입영하는 장정은 ‘어둠의 자식들’뿐이라는 위화감을 자극하는 은어가 돈 것은 오래 전부터다. 지난해 병무비리 수사 때도 면제자중 대다수가 서울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된 바 있다.
▽군 정예화와 강군(强軍)의 기본 조건은 바로 장병의 교육수준과 건강이다. 그것은 사회지도층이 누리는 삶의 내용과 일치한다. 과거 유럽에서도 나라의 주인행세를 하는 귀족은 그만큼 솔선해서 군 복무에 나섰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적 토론장인 아크로폴리스에서는 병역의무를 다한 시민이 아니면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제 우리도 본인이나 아들이 병역의무를 마치지 못했으면 공직임명시 감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헤아려 들을 만하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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