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물고기박사 최기철이야기'

  • 입력 1999년 10월 29일 19시 47분


▼물고기박사 최기철이야기' 이상권 지음/우리교육 펴냄▼

“그때 내 나이 쉰셋이었지. 비행기를 타고 대관령을 내려다 보며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해야 할 지 깨달았단다. 그래, 물고기였어. 그때부터 민물고기와 한평생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던 거야.”

물고기에 인생을 바친 사람, 최기철씨(89).

남들이 외면한 외로운 길을 꿋꿋하게 걸어와 이제 그 분야의 정상에 우뚝 선 한 할아버지의 삶을 그린 전기동화.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준다. 최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동화처럼 재구성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초등학생용.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연못의 물을 퍼내 미꾸라지 잡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어린시절. 한 일본인 선생님 집에서 소뼈 돼지뼈를 전시해 놓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일제하 초등학교시절. 그는 그렇게 생물학자의 꿈을 키워 나갔다.

경성사범학교에 들어가 우리 자연과 생물을 연구하는 사람이 온통 일본인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놀라움. 그의 결심은 굳어졌다.

이후 생물학자의 길을 걸었고 세월이 흘러 최씨의 나이도 쉰이 넘어섰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찾아온 물고기에 대한 그리움. “우리에게 변변한 물고기 책 하나 없는데 나는 그저 막연히 생물학공부만 했구나.”

전국의 산과 강, 섬을 찾아다니며 채집과 연구에 몰두하기 10여년. ‘한국의 자연―민물고기편’ 7권을 냈다. 우리 민물고기가 비로소 되살아난 것이었다.

요즘도 여든아홉의 노구를 이끌고 저술에 몰두하면서 시간나는대로 아이들과 함께 물고기를 찾아다니는 최씨. 한길을 걷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극적인 대목이 부족한 것이 다소의 아쉬움. 그러나 아이들이 자연의 중요함을 깨닫고 상상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익한 책. 188쪽, 6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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