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천사와 악마 '한판승부'

  • 입력 1999년 10월 19일 18시 52분


몇 년 전 월마트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구매담당인 로버트 웨스트모어랜드가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 게임을 제안했을 때 게임업계는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그의 아이디어가 커다란 성공을 거두자 업계는 그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웨스트모어랜드가 기독교 교리를 이용한 액션 게임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가 월마트를 그만두고 올 9월에 동업자이자 부사장으로 입사한 밸류소프트의 첫 작품인 ‘천국의 전쟁’은 이번 주에 출시된다. 성경과 폭력을 혼합한 이 게임이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그는 ‘디어 헌터’라는 게임으로 이미 성공을 거둔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천국의 전쟁’은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성경게임 전통 뒤집어

연간 15억달러 규모의 컴퓨터 게임 시장 조사회사인 PC 데이터의 앤 스티븐스 사장은 “전통적인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에 혐오감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내 육감으로는 이 게임이 히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디어 헌터’도 전통과는 많이 어긋나는 게임이었다. 그가 월마트에 재직하면서 저렴한 가격의 헌팅 게임을 제안했을 때 오직 한 회사만을 제외한 나머지 컴퓨터 게임 회사들은 모두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디어 헌터’는 엄청난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곧 유사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까지 성경을 주제로 한 게임들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성경에 관한 지식을 묻는 것이 주종을 이루었다. 따라서 컴퓨터 업계의 기준에 따르면 ‘천국의 전쟁’은 전통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15세 이상의 기독교도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뿔과 날개가 달린 괴물들과 맞서게 된다. 만약 플레이어가 ‘순종의 신성한 길’을 택하면 선한 천사가 되어 천국을 향한 12단계를 밟아나가게 되지만, ‘루시퍼를 따르는 권력의 타락한 길’을 선택하면 악마가 되어 깃털 달린 날개가 있는 금발의 미인들과 싸우게 된다.

웨스트모어랜드는 “기독교 게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폭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폭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인용으로 출시된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혈이 낭자한 풍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천국의 전쟁’은 13세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T’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 게임은 상점에 전시되기도 전에 벌써 기독교계의 미심쩍은 시선을 받고 있다. 소매점들 중에는 이 게임을 전시하는 것을 망설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을 만든 시어도어 빌과 앤드루 런스태드는 ‘둠’이나 ‘디아블로’ 같은 게임에 익숙한 컴퓨터 게이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독교 게임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폭력은 ‘영적인 전쟁’의 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교훈적 측면 많다"

빌과 런스태드는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로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영적인 진실을 배우는 데는 아무런 모순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런스태드는 “솔직히 말해 이번 작업을 하면서 좀 겁이 나기는 했지만, 나는 이 일을 하도록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런스태드는 ‘천국의 전쟁’이 교훈적인 측면을 많이 갖고 있다면서 만약 플레이어가 악마가 되는 길을 택하면 “악의 길을 따라 나아갈수록 점점 혐오스러운 일들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악마의 길의 끝에는 자기파괴가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계 조심스런 반응

베델 대학의 신학 교수인 그레고리 보이드도 ‘천국의 전쟁’이 매우 인상적인 게임이라고 평하고 있다.

‘영적인 전쟁’을 진지한 신학적 개념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한 그는 자신의 아들 네이단(14)도 이 게임의 시험판을 해본 후 “아주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독교계에서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독교 연합의 마이크 러셀 대변인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든 믿음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라면서 “비록 이 게임이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종교 교육에 접근하고 있기는 하지만, 신자들을 조롱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99/10/biztech/articles/18zeal.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