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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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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은 93년초 골프가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공무원 골프금지령을 내렸다. 이 무렵 말레이시아 피낭에서는 아시아태평양골프장문제국제회의가 열렸다. 매년 4월29일을 ‘NO GOLF DAY’(골프없는 날)로 제안했던 골프반대론자들이 개최한 회의다. 이 회의에서는 ‘글로벌 반(反)골프운동’을 결성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사람들의 생활이나 환경을 위협하는 골프장 건설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기성 골프장은 가능한 한 빨리 공적인 장소로 전환돼야 한다. 동남아 각국에서 추진되는 골프관광은 즉각 포기돼야 한다. 골퍼들은 골프의 마이너스 측면을 자각하라.’
그로부터 6년반이 지난 며칠전 골프채를 잡아보지도 않은 김대중대통령이 골프대중화를 선언했다.
관계 부처에서는 퍼블릭골프장을 많이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골프대중화론을 편 김대통령은 ‘골프장이 환경파괴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들을 각오를 했으리라 생각한다. 골프를 둘러싼 시비도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회에 골프가 과연 그렇게 환경을 파괴하는 것인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뉴저지주 클레멘튼이라는 작은 도시에 소재한 파인밸리골프장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골프장이라는 말을 듣는다. 조지 크럼프는 파인밸리골프장을 만든 사람이다. 1914년 파인밸리골프장을 건설하던 크럼프는 건설예정인 18홀중 불과 10홀을 건설할 때까지 무려 2만2000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잘라냈다. 너무도 많은 소나무를 베어내는 바람에 11번째 홀부터는 잘리는 소나무의 수를 세지 않았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무를 잘라내는 톱질소리에 놀라 주위에 살던 새들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골프장 건설 현장에서는 한 동안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 볼 수 없었다. 오로지 나무 넘어지는 소리와 땅을 고르는 불도저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크럼프는 “나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죽이고 있다”며 신음했다.
80여년이 흐른 지금 파인밸리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의 경치에 취한다. 새로운 자연이 탄생한 것이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은 채 버려졌던 골프장 주변의 황무지는 어느덧 도시로 변해 종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먼곳의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안양 베네스트골프장을 보라. 베네스트골프장 주위를 둘러싼 아파트에서는 어떤 공원보다도 아름다운 경치를 아침 저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마 베네스트가 없었더라면 이 자리에도 아파트들이 빼곡이 들어찼을 것임에 틀림없다. 김대통령은 골프대중화론을 말한 용기를 계속 잃지 말기 바란다.
소동기<골프칼럼니스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