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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10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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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슬로타의 권위주의 비판
20세기는 많은 권위주의적 정치 운동 때문에 생긴 어두운 면들을 갖고 있다. 특히 ‘파시즘’이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권위주의적 정치 운동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파시즘은 뚜렷한 특징을 지닌 하나의 현상이다. 파시즘은 반공 반보수 반자유주의라는 특징을 지닌 전체주의의 한 형태이며 인종차별주의와 군국주의적 성격을 지닌 민중적인 초강경 국수주의의 일종이다.
엄격하게 말해서 파시즘은 반동은 아니다. 파시즘은 위대하고 영웅적인 과거의 신화적 이미지들을 동원해서 근대화를 추진한다. 파시즘의 궁극적인 목적은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기계와 같은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이 국가에서 시민들은 개인적인 공포, 집단적인 분노, 부족적인 열정 등에 의해 제자리에 못박힌 톱니바퀴의 톱니 역할을 한다.
20세기에 파시즘을 효과적으로 대중화하는 데 최초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베니토 무솔리니는 처음 사회주의자로 출발했다. 그의 사회주의는 폭력과 전위적인 행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아돌프 히틀러와 비교하면 무솔리니는 오히려 온건해 보인다. 히틀러의 국가 사회주의는 기계화, 잔인함, 광기 어린 공포의 측면에서 다른 파시스트 이데올로기들을 모두 능가했다.
파시즘을 근거로 인종차별주의적인 히스테리에 사로잡혀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예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탈린 치하의 구소련에서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테러를 당했다. 그러나 20세기에 가장 많은 핏자국을 남긴 것은 역시 나치의 야만적인 행위들이다.
사진가인 제럴드 슬로타는 파시즘의 가장 큰 무기가 바로 과거의 영웅들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영웅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사진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그는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흐릿하게 표현함으로써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침묵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두려움과 경계심 가득한 눈동자에 주의를 집중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4/slot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