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新-合黨보다 중요한 것은

  • 입력 1999년 9월 21일 18시 45분


신당이냐, 합당이냐를 놓고 시끄럽던 여권이 일단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박태준(朴泰俊)자민련 총재는 어제 청와대에서 가진 주례회동에서 신당 창당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야당과의 선거법 협상에서 실패해 지금의 소선거구제가 그대로 유지되면 그때 가서 다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합당을 도모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도됐다. 중선거구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신당과 자민련이 각각 독자후보를 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인 한나라당은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중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일부 의원들이 있다지만 자민련의 충청권 의원 등은 소선거구제를 지지한다. 이래저래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중선거구제로의 선거법 개정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정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먼저 합당한 후에 지금의 신당 추진세력이 다시 합치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는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 신당의 의미가 퇴색됨에 따라 신당 참여자들간에 불만과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벌써부터 ‘신당하려 참여했지 합당하려 참여했나’라는 노골적인 불만이 불거지고 있지 않은가. 신당의 정체성도 문제다. 아무리 혁신과 보수를 아우른다고 해도 이런 식의 ‘혼합정당’이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개혁 정당, 전국 정당의 본래 소임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내년 총선에서 안정적 다수 의석을 확보해야 현재 진행중인 모든 개혁을 완결지을 수 있다는 현 여권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절차와 과정의 민주화가 전제돼야 한다. ‘무슨 수를 쓰든 이기는’ 그런 승리가 돼서는 안된다.

그런데 현재 눈앞에 보이는 여권의 신당―합당 논란에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나 과정이 크게 부족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결정이 수뇌부 몇 사람의 ‘밀실흥정’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냐는 내부 비판까지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합당이냐 신당이냐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그보다는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합당이고 신당인가 하는 점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결국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표로 내려질 것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정치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국민도 그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합당이든 신당이든 앞으로의 추진과정에서는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개혁은 다른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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