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투병력 파병 신중해야

  • 입력 1999년 9월 14일 18시 38분


최근 독립을 결의한 동티모르에서는 30여만명의 난민이 산간지대로 쫓겨다니며 민병대에 의한 살상과 굶주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다. 이런 인권 사각지대에 평화유지군을 시급히 보내야 한다는 것이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배적인 여론이다. 정부가 동티모르 파병 방침을 세운 것은 하나의 지구촌, 국경없는 세계에서 인권을 위해서는 우리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정신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가 지진참사를 당한 터키 돕기에 팔을 걷고 나선 것도 그 정신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어떤 부대를 중심으로 보내느냐 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공병대와 의무부대가 중심이 되고 그 부대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투부대를 파견하는 것이다. 둘째는 질서유지 역할을 할 전투부대를 중심으로 파견하는 방안이다.

전투부대 중심의 파견이라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군의 유엔평화유지군 참여는 이번이 일곱번째지만 전투부대가 간 일은 베트남전 이후 없었다. 전투부대가 가서활동할경우현지 민병대와 정면충돌할 수밖에없을것이다. 그러면 인명피해도 불가피할것이다. 또 인도네시아와의 외교관계도생각해야한다. 이때문에 전투병과 파견은섣불리결정할문제가 아니다.

비전투부대를 파견한다 해도 조심해야 할 일이 많다. 인도네시아는 인도 이집트와 함께 반서방 비동맹주의 운동을 주도했던 전통이 있어서 동티모르에도 민족주의 감정과 배타주의 분위기가 강하다. 우리가 파병하는 것은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공동체의식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동티모르에 파견되는 비전투부대는 본래의 임무인 의료봉사나 파괴된 건물과 도로 복구에 전념해야지 섣불리 분규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 동티모르는 주민들이 투표에서 78.5%라는 다수의사로 독립을지지했지만 이를반대하는민병대가 독립파를 공격하는혼란속에빠져 있다. 비전투부대를 파견할경우에도정부 관계부처는 장병들의 신변안전대책에만전을 기해야 한다.

동티모르 파병은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동티모르에 파병할 나라는 최소한 15개국 안팎이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신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파견부대와 이를 지원하는 정부 관계부처가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또 정부가 젊은 장병들을 위험지역에 보내는 문제에 대해 사전에 국민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런 비판에 귀를 기울여 정책결정 절차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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