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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13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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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실인사 이제 그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입법부나 행정부는 그런 논쟁 과정에서 사법권과 사법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임명 및 임명동의권이 간섭받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이 무관심한 이유는 사법부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사법부의 위상에 관한 이상과 현실을 생각하면 어떤 사람이 대법원장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명확해진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대내외적 압력으로부터 사법권 독립을 수호할 의지로 충만하고 민주적 소신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국가권력과 사회의 제세력은 충돌하고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자기 몫을 수호할 의지가 박약하다면 그 결과는 명확하다. 입법 사법 행정의 국가 3권 중 유독 사법권에 독립이라는 수사가 붙는 이유는 그것이 사법작용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수호할 의지가 없는 사법부 수장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대법원장은 개혁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한국 사법사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이 투영된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인권보장이 사법 본연의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법부는 사적 분쟁의 효율적 해결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만 치중했다. 그 과정에서 마련된 제도적 장치가 사법부 본연의 임무수행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법부 내부에 관료주의가 팽배하고 법관이나 재판의 독립이 위협받는 요소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대법원장은 이러한 사법부 내부의 시스템과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대법원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 그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소신-개혁성 있어야▼
대법원장이 이같은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사법부 구성원과 나아가 법조계와 국민으로부터 신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의견수렴이나 검증절차 없이 대법원장이 임명되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많다. 사법부 구성원은 대법원장 추천에 대해 무작정 반대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대법원장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떳떳하게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임명되는 대법원장이 사법부나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가.
대법원장은 때로는 국가 제권력과 여러 정파의 충돌과 마찰을 중재하고 화해시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법뿐만 아니라 국가경영 전반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대법원장은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의 재판관이나 위원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등 국가 대소사에 깊이 관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내부 사정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새 대법원장은 임명 직후부터 임기가 만료되는 다른 대법관의 임명제청권 등을 행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현재 침체된 사법부의 분위기를 추스를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요건을 고루 갖춘 사람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소장 법관들이 꾸준히 사법의 민주화와 개혁을 외쳐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 중 존경과 신망을 받는 사람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인재들로 구성돼 있는 만큼 새로운 대법원장은 최소한 사법부 내부의 개혁적인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의지와 능력만이라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시점에서 정실과 지역안배 등 정파적 이해관계에 의해 대법원장 인선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김종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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