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진우/고종수와 나카타

  • 입력 1999년 9월 3일 18시 29분


‘고종수는 떠나고 나카타는 돌아왔다.’ 내주 화요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한일 올림픽대표 축구 평가전 관전의 키포인트다. 한국의 ‘천재 미드필더’고종수(21)는 무릎 부상 치료를 위해 엊그제 독일로 떠났다. 일본의 ‘축구 영웅’ 나카타 히데도시(22)가 한국전에 뛰기 위해 이탈리아 페루자팀에서 급히 돌아온 다음날이었다. 하기야 고종수는그전에대표팀에서탈락했으니까 무릎 부상이 아니었어도 이번 한일전에는 나설 수 없었다.

▽물론 고종수가 없다고 한국팀의 허리가 형편없이 약하달 수는 없고, 또 나카타가 이끄는 일본팀의 허리가 강하다고 승부가 결정나는 것은 아니다. 허리진이 아무리 짜임새있게 움직여도 최전방스트라이커가골을못넣으면 헛일이다. 긴 패스 한방에 골을 잡을 수만 있다면 허리야 상대에 내줘도 그만이다. 더욱이 이동국(20)을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한국팀의 파괴력은 일본에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나카타의 허리’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승부를 떠나 나카타의 플레이는 주목할 만하다. 나카타는 게임을 읽는 눈과 자로 잰 듯한 패싱력, 상대선수 두셋이 에워싸도 좀처럼 볼을 빼앗기지 않는 볼키핑력에 강력한 중거리 슈팅력까지 갖춘 선수. 심지어는 나카타가 일본팀 전체 경기력의 80%라고 할 정도다. 그런 그가 2002년 월드컵에서 일본팀을 이끌 것은 분명하다.

▽반면에 고종수는 타고난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워낙 ‘튀는’탓에 팀워크를 해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때문에 허정무감독도 이번에 ‘일단’ 고종수를 대표팀에서 뺀 듯싶다. 어쨌든 나카타에 못지 않은 재간과 잠재력을 지닌 고종수가 태극마크를 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고종수는 조금 더 ‘어른’이 돼야 하고 축구계는 그것을 도와줘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이 멀지 않았다.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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