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英 에드워드왕자 할리우드 입성

  • 입력 1999년 9월 2일 18시 25분


할리우드는 창작의 산실인 동시에 엄청나게 비싼 옷과 엄청나게 비싼 자동차, 그리고 수백만달러짜리의 계약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할리우드의 이런 일상적 모습과 전혀 다른 한 남자, 영국의 에드워드 왕자가 이곳에 도착했다. 발랄한 청춘남녀의 이야기보다는 왕과 여왕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양의 넥타이들을 옷장 가득 갖고 있는 그는 할리우드에 도착한 후 곧장 미국 TV 방송계 거물들을 만나 자신의 새 프로그램 기획안을 설명했다.

에드워드 왕자의 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의 샘 해스켈은 지금까지 외국인 방문객과 미국 TV 방송계 거물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이 이렇게 쉬웠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방송계 사람 중 에드워드 왕자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며,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왕자와 저녁식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자기를 초대해달라고 간청하기까지 했다는 것. 덕분에 왕자는 짧은 시간 안에 NBC, 쇼타임, CBS, 파라마운트, 폭스 가족 채널의 담당자들과 만나 TV 영화 또는 미니 시리즈 제작 합의를 볼 수 있었다.

올해 서른다섯살로 얼마전에 결혼식을 올린 새신랑인 에드워드 왕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기가 미국에 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방송계의 큰돈이 굴러다니는 곳이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또 영국 방송계에 비하면 할리우드는 신선한 공기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왕자는 1993년에 영국에서 TV 프로그램 제작 회사인 아덴트 프로덕션을 설립한 뒤 영국 방송계에서 때로는 회의적이고, 때로는 가차없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의 회사가 지금까지 엄청난 적자를 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가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제작한 프로그램들도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예를 들어 그가 87년에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제작한 게임 프로그램인 ‘로열 녹아웃’은 보기에 민망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이후에 제작된 정치 풍자 프로그램인 ‘애니즈 바’도 단 1회만 방송된 후 브라운관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성공을 안겨준 작품은 93년에 제작한 ‘에드워드 대 에드워드’라는 다큐멘터리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미국인 이혼녀인 월리스 워필드 심슨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버린 자신의 종조부 에드워드 3세의 이야기를 다뤘다.

에드워드 왕자는 자신이 왕실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끔 느끼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락 프로그램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이번에 미국 케이블 채널인 쇼타임의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를 드라마화한 작품을 비롯해 모두 세편의 TV영화를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는 이와 동시에 오랫동안 영국 왕실을 괴롭혀온 파파라치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CBS에서 방송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에드워드 왕자와 만난 미국의 TV관계자들은 그가 제시한 기획안들을 덥석 받아들인 데에 그가 진짜 왕자라는 사실이 부분적으로 작용했음을 인정한다. 쇼타임의 마크 자카린 부사장은 에드워드 왕자와의 면담이 상당히 짜릿한 경험이었다면서 “우리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자주 만나지만 이 사람들(영국 왕실 사람들)이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항상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에드워드 왕자와 첫 면담을 하러 가기 전에 아내에게 지금부터 왕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자랑했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자카린은 에드워드 왕자가 프로그램에 단순히 자신의 이름만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업에 깊숙이 참여하려는 자세를 보인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그는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배우들에게 전화를 걸어 출연섭외를 하는 등 진짜 프로듀서들이 잘 하지 않는 일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yr/mo/day/news/arts/prince―us―produc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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