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스타비평 1'펴낸 서울대생 변희재

  • 입력 1999년 8월 27일 17시 49분


“좋아하는 스타요? 김혜수입니다. 하지만 육체적 매력보다는 머리자랑에 치중하면서 정신과 육체 양쪽에서 인정받으려 드는 것이 문제지요. 영화 ‘베티블루’의 주인공을 동경하면서도 그와 같이는 못하죠. 측은해요.”

우리시대 여성스타 아홉명에 대한 비평을 담은 ‘스타비평 1’의 저자 변희재(25). 지난해 제대하고 복학해 서울대 미학과 3학년에 재학 중.

“우리 세대가 대부분 그렇지만, 책보다 TV화면을 친하게 여기면서 자라났지요. 드라마 마니아 겸 스포츠 마니아랄까.”

그가 책을 쓰게 된 것은 장난삼아 ‘한국미녀’라는 제목의 연작 잡문(?)을 쓰면서 부터. 탤런트 김혜수부터 시작했다. 쓰다 보니 학문적 탐구심이 발동해 도서관과 인터넷을 뒤졌다.

“인터넷에서 자료찾기가 더 쉬웠어요. 열성팬들이 팬클럽을 만들어 끊임없이 자료를 올리니까요.”

김혜수를 가리켜 ‘측은하다’고 표현했지만 그가 여성스타들을 다룬 시각 전체에 ‘측은하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그의 글 속에서 진도희는 ‘에로영화 최고 스타라는 자부심을 내세우지 못하고 편견에 시달리는, 지친 여인’이며 고소영은 ‘섹스어필의 악녀 스타일이 가장 어울리지만 문화적 환경 때문에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불운한 존재’다.

“우리의 억압된 사회구조가 스타들의 모습을 뒤틀리게 하는 거죠. 솔직하지 못하게 만든달까요.”

그는 원래 가상공간에서 이름난 ‘정치논객’이다. 올해초 등장한 인터넷 웹진 ‘대자보’ 정치부장으로 특유의 날카로운 글을 ‘날리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다원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것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죠. 예를 들어 ‘정부를 전복하자’는 것 보다 ‘서울대 동문회의 힘을 줄이자’는 말이 지금 더 유용한 것 아니겠어요?”

다음은 그의 책에서 가려뽑은 스타들에 대한‘촌평’.

△엄정화〓행복을 바라고 있고 그 행복을 위해 섹스어필을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지 실상은 착하고 평범한 여자일 가능성이 높다.

△심은하〓처음 ‘다슬이’ 시절엔 옆집 누나같은 존재. 자신의 원래 존재를 잊을 정도로 연기변신에 몰두. 이젠 본래의 자기모습이 ‘가짜’가 됐다.

△김지호〓신은경의 선머슴 이미지와 최진실의 귀여운 포용력을 황금분할한 캐릭터. 그러나 자기만큼 화통하게 웃는 김현주에 추월당함….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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