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富野貧 이대로 괜찮은가

  • 입력 1999년 8월 13일 18시 41분


올 상반기 중 국민회의 중앙당후원회 모금액은 154억원인데 비해 한나라당은 80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모금액을 비율로 따지면 188대 1이다. 여야 후원회 모금액이 이처럼 엄청난 격차를 보인 적은 과거에 없던 일이다. 한나라당측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야당총재시절에도 그 비율은 2대1정도였다고 주장한다. 이같이 더욱 극심해진 여부야빈(與富野貧)현상은 건전한 여야관계와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할 일임은 물론이다.

김대통령도 야당시절 어려웠던 정치자금사정을 회고하면서 야당에도 후원금이 자유롭게 들어가는 풍토가 되어야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기업인들에게 “내 눈치 보지 말고 야당에 후원금을 주고 싶으면 마음대로 주라”는 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지금의 사정은 거의 일방적이다시피 국민회의쪽으로만 후원금이 쏠리고 한나라당은 당운영비조차 조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그같은 가장 큰 이유로 최근 검찰이 세풍(稅風)수사와 관련해 벌이고 있는 당 후원금에 대한 계좌추적을 들고 있다. 당 후원회 계좌거래내용을 샅샅이 뒤지는 상황에서 누가 야당에 돈을 주려하겠느냐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측의 주장은 우리의 정치풍토를 감안할 때 전적으로 일리가 있다. 야당에 후원금을 낸 것이 빌미가 되어 세무사찰을 받는 등 고충을 겪은 기업이나 재력가들이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반면 여당에 줄을 서야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은 보편화되어 있다. 이런 마당에 검찰이 한나라당 후원금에 대해 이잡듯이 계좌추적까지 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선뜻 한나라당에 돈을 내려 하겠는가.

물론 후원금 모금은 정당의 능력과도 상당히 관련된 문제다. 정당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이 들어 오는 시대는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정당들이 정치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어떻게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그동안 후원금 모금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후원금 모금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수권정당의 가능성을 얼마나 보였는지는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여권의 이른바 대야(對野)정책이다. 건전한 야당이 존재해야 여당도 제대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문제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김대통령의 여러차례 다짐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의도적으로 야당을 옥죄려한다는게 야(野)측 주장이다. 야당의 살림살이가 쪼들리면 쪼들릴수록 여권에도 부정적인 영향만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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