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被爆한인 위령비'이설위원장 권양백씨

  • 입력 1999년 8월 5일 18시 23분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일을 끝내 놓고 보니 정말로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권양백(權養伯·55)위령비 이설위원장은 처음에는 위원장직을 고사했다. 한국민단과 조총련 사이의 갈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민단 히로시마 지부 재정고문인데다 조총련계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그가 오히려 적임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2월 이설 위원장직을 맡자마자 성금모금에 들어갔다. 목표액 1500만엔을 훨씬 넘는 2200만엔이 들어왔다. 조총련계 동포와 일본인들도 많이 참여했다.

“위령비 이전은 민단과 조총련, 한국인과 일본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득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 이번 일이 남북한의 통일위령비를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기부자명단은 영구보존하고 남은 돈은 일본으로 치료를 받으러 오는 한국과 북한의 원폭피해자를 돕는데 쓸 예정.

그는 히로시마시 개인소득세 납부자 순위 1위다. 오물처리업 부동산 호텔사업 등을 하고 있다.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후손들이 일본에서 떳떳이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탈세를 해서는 안된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성공비결을 “종업원을 가족처럼 아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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