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金식 정치' 청산돼야

자민련 이원범(李元範)의원이 엊그제 국회에서 DJP(김대중 김종필)간 ‘내각제 위약(違約)’을 “희대(稀代)의 사기극”이라고 몰아붙인데 대해 국민회의가 흥분하고 있다. 정권의 공조기반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는 만큼 자민련이 징계라도 해야지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자민련 내부에서도 이의원의 ‘강성 발언’을 지역구(대전 서갑) 정서를 의식한 ‘원맨 쇼’쯤으로 내려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속내를 어림해 발언 내용조차 무시하려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국민회의가 징계를 앞세우는 것도 얄팍해 보이는 처사다.

공동여당이 이의원의 발언으로 편치 않은 가운데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는 어제 “3김 정치 유산과 3김 구도의 청산없이는 한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거듭 ‘3김 정치 청산’을 강조했다. 여기에도 현정국을 ‘3金 1李’의 대립구도로 끌고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이총재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해석이야 어떻든 눈앞에 다가온 새 천년의 시대와 맞물리면서 이른바 ‘3김 정치 청산’의 문제가 ‘국민적 화두(話頭)’로 떠오를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은 요즘들어 부쩍‘3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3김 청산론’이든 ‘후(後)3김시대’든 DJ JP YS(김영삼), 세 김씨가 한 묶음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것이다. 보다 좁혀 말한다면 ‘DJ와 YS가 어떻게 한 반열에 오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이 불쾌해 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단적으로 대비한다면 한 사람이 국가부도 위기의 책임자인 전직 대통령이라면, 한 사람은 그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3김’의 문제는 새삼스레 자연인 세 사람의 옳고 그름이나 능력 유무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우리는 ‘3김’이 아니라 ‘3김식 정치’의 청산을 주장한다. 본란이 YS의 정치 재개 움직임을 거듭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김식 정치’는 1인 보스 중심의 권위주의적 정치이다. 보스의 독선과 오만때문에 당내 민주화는 제도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러니 의회민주주의 발전과 정치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내각제 위약’도 이런 풍토에서 DJP간 밀실합의만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3김식 정치’는 지역 할거를 기반으로 정치세력화를 기한다. 현 집권세력이 꾀하고 있는 전국정당화가 지지부진한 것도 이와 같은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3김식 정치’는 청산돼야 마땅하다. 더이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들먹이며 합리화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 국민도 더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