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99세 생일 「퀸 머더」

  • 입력 1999년 8월 2일 19시 26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어머니가 4일 99세 생일을 맞는다. 백수(白壽)가 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퀸 머더’로 불리는 그가 개인 서신에서 쓰는 이름은 ‘피터’.

DPA통신은 그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지팡이와 안경을 쓸 만큼 건강하다고 전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진이나 샴페인을 마시는 등 간(肝)을 돌보지 않는다는 우려를 낳을 정도라는 것. 90세 생일 때는 퍼레이드를 1시간반동안 서서 보았다.

스코틀랜드 귀족 출신인 그는 여왕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차남이었던 남편 조지 6세가 형 에드워드 8세에 이어 왕위를 승계하자 그는 36년 왕비가 됐다. 52년 조지 6세가 사망하자 왕위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넘어갔고 그는 ‘퀸 머더’가 됐다.

남편 조지 6세는 부끄러움이 많고 말을 더듬었다. 그런 남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사랑받는 군주가 되도록 그는 많은 내조를 했다. 40년 독일군이 런던을 폭격하고 버킹엄궁이 위험에 처했을 때도 딸들을 캐나다 등에 피신시키자는 주변의 권고를 거절했다. 오히려 폭격받은 지역을 방문해 군과 국민의 사기를 높였고 왕실이 국민으로부터 더욱 사랑받게 했다.

그는 찰스 왕세자가 다이애나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97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는 찰스가 정신적인 안정을 찾도록 해주었다. 찰스가 공식 행사중에도 한쪽에서 조용히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사람은 ‘퀸 머더’ 뿐이라고 DPA는 전했다.

엄격하게 자란 그는 강직하고 보수적이다. 40년부터 독일인을 늘 ‘독일×’으로 부를 만큼 완고하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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