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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3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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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남북한 대학생과 대학원생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제5차 남북청년학생통일세미나는 젊은이들의 의식구조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논쟁은 ‘통일문화와 청년의 역할’을 주제로 한 분과토론에서 북한측 학생이 남한에 팽배한 왜색문화 양키문화를 추방하는 것이 통일문화 조성의 중요한 전제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남한측 학생이 “우리 대학생들이 노래방과 컴퓨터게임 등에 열중하는 것에 반성할 점이 없지 않지만 21세기를 앞두고 문호를 닫고 살아갈 수는 없다”며 “이 자리의 남북한 기자들의 카메라가 모두 소니 제품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입장이 곤란한 듯 잠깐 침묵을 지키던 북한측 학생은 “남측에서 일본만화 때문에 부모들이 자식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들었다”며 “아무리 개방화 추세라도 주체성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대답했다.
남한측 대학생은 다시 “어느 민족도 다른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를 멸시할 수는 없다. 문화는 상대적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남북한 학생들은 상대방의 일방적 주장에 때로 당혹해 하고 때로 답답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등 끝까지 상대방을 배려하는 성숙함을 보였다.
결론없이 끝난 토론이었지만 명분 때문에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하는 남북 당국자의 만남보다 훨씬 생산적이며 흐뭇한 정경이었다.
정성희<사회부>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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