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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16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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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원의 뇌물 인식은 참으로 선량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그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다. 공천 헌금명목으로 30억원의 돈을 받아 쓰고도 “돈준 사람이 전국구 공천 부탁을 한 적이 없고 그냥 정치자금으로 준 것”이라고 뇌물성을 부인한다. 하늘 아래 어떤 기업인이 기백 기천만원도 아닌 30억원을 “그냥 쓰시오”라며 건네줄 것인가. 뇌물죄의 처벌 요건인 ‘대가성’을 피해가려는 변명일 뿐이다.
그는 160억원의 은행대출 청탁을 해주고 3억5000만원을 받고도 “은행장에게 두차례 전화를 했지만 대출은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고, 돈은 대선 정치자금으로 알고 받았다”고 강변했다. 쇼핑센터 인허가와 관련, 3억원을 받은데 대해서도 청탁사실만 인정한 뒤 “돈은 일년후 선거자금으로 받아 쓴 것”이라고 했다. 선거자금이라는 말을 ‘뇌물 면죄부’처럼 들이대는 인상이다.
떳떳한 정치자금이라면 왜 가차명계좌에 숨겨놓고 관리했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대한 그의 답변 또한 놀랍다. 순수한 정치자금이라도 가차명계좌를 쓰는 것은 정치인의 관행이라는 것이다.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하지 않는 것이 국회의원의 경우 다반사라는 얘기다. 그는 이런 변칙계좌에 그가 정치자금 선거자금이라고 주장하는 돈을 넣고 빼썼다. 당시 신한국당과는 무관하게 입출금해 쓰면서도 ‘당대표 자격의 정치자금 수수’라거나 ‘선거 자금수수’라고 우기고 있다.
정치개혁의 본질은 선거구나 국회의원 의석수 조정 등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지엽말단에 속한다. 바로 시대착오적인 부패가 근절될 때까지 정치판을 바꾸어 놓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30억원 수수가 아무렇지도 않은 무슨 용돈 거래처럼 들먹여지는 현실에서 하급공무원들의 기십만원 기백만원 뇌물수수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겠는가. 정치무대에 검은 돈 구린 돈 유입을 막고 정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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