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미스터]10∼30대 「스타크래프트 광풍」

입력 1999-07-11 18:01수정 2009-09-2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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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PC방 주인인 김모씨(43). 대기업 부장 출신의 ‘IMF실직자’인 그가 퇴직금 1억원으로 PC방을 차리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말. “PC방을 차리면 ‘스타크래프트’ 덕분에 무조건 돈을 번다”고 할 때였다. 그는 PC방 예비창업자가 너무 많아 임대한 점포에 인터넷 전용선이 설치될 때까지 두 달을 기다려야 했다. 실직과 함께 시작된 가정불화가 악화돼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 김씨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전용선이 조금만 일찍 설치됐더라면….’

▼3조원 시장▼

한장에 3만3000원하는 이 게임소프트가 IMF시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고성능 네트워크를 이용해 어느 나라 사람과도 2∼8인용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기 때문에 학생 직장인들의 발걸음은 PC방으로 향했다.

엄청난 시장이 형성됐다. 전국의 PC방은 6500여 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30평짜리 점포에 PC 30대를 갖춰다고 가정하면 간판, 책상, PC, 소프트웨어 구입비로 지출한 돈은 7850억여원. 전용선 임대료, 소프트웨어 구입비, 전기료 등으로 매달 지출하는 돈이 1년에 6400억원. 게임방 종사자와 기타 유통 설비 제조업체의 인건비가 연간 8000억원. 이 밖에 PC방 자판기 수입이 460억원. 총 2조2700여억원 규모의 시장이 생긴 셈.

▼2000%의 ‘시간성장률’▼

2만개 정도만 팔리면 ‘대박’이라는 국내 PC게임시장. 저그 테란 프로토스 등 개성이 뚜렷한 세 종족간의 결투를 다룬 이 게임은 98년 4월 시장에 나온 이래 70만개가 팔렸다. 세계 판매량은 300만개. 우리나라의 판매량은 세계 5,6위 수준.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해 다른 사람과 게임을 하는 배틀넷(www.battle.net) 이용률은 세계 1위이며 상위랭킹 10중 4,5명이 한국인.

멀티미디어평론가 박병호씨는 “‘부하’로 사는 사람들을 지휘자로 만들어주는 게임 방식, ‘세계랭킹’을 공식발표하는 베틀넷이 내기와 경쟁을 좋아하는 10∼30대 한국인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 이 소프트를 제작한 미국의 블리자드측에 따르면 베틀넷에서 한국인이 게임하는 시간은 하루 30만 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0% 늘었다.

▼사이버공간의 ‘물 흐리기’▼

바둑과 장기를 즐겨온 민족. 데이콤 EC사업팀 김정국대리는 “‘스타크래프트’는 구성 자체가 흥미롭고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바둑과 장기를 뺨칠 정도로 다양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 또 온라인 게임이 가져오는 부수효과로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인터넷의 개념을 이해하게 되고 △온라인 게임을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인터넷 서비스 업자들이 회선의 질을 높이며 △이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시대가 앞당겨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는 벌써부터 사이버공간의 ‘물’을 흐리고 있다. 일본인만 들어오면 참지 못하고 ‘떼’로 몰려가 ‘박살’낸다. ‘맵 해킹 프로그램’ 등의 부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지도에서 상대방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싸워 승수를 쌓는다. 질 것 같으면 도중에 ‘판을 엎기’가 일쑤. 이 때문에 베틀넷 게시판에서 “매너 없는 한국인을 위한 베틀넷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슈가 될 정도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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