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의 뒤집어 보기]「H.O.T」가 성공한 이유

  • 입력 1999년 7월 11일 18시 01분


「H.O.T」는 8월15일 4집 앨범 발표를 겸한 콘서트를 앞두고 연습을 하느라 거의 매일 땀으로 목욕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은 하루 아침에 이들의 인기가 치솟았다는 표현을 하지만 천만의 말씀, 가까이서 그들을 만나본 사람은 절대 그런 소리 못한다.

이제 21살의 토니는 어머니가 셋이었다. 9살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어머니와 살다가 11살때 아버지에게로 보내져 다른 두명의 어머니를 차례로 만나야 했다.

더욱이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세번째 초등학교를 다녀야 했던 그는 한때 “이 칼로 손목을 그으면 어떨까”란 생각까지 할 정도로 힘든 청소년기를 지냈다. 마약과 폭력이 가까이 있었지만 토니는 늘 죽을 용기로 열심히 살자고 되뇌이곤 했단다.

특유의 친화력과 재능으로 한인 학교의 스타로 떠오른 토니는 ‘H.O.T’의 멤버가 됐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겸손함과 예의바름으로 멤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재능에 앞선 어떤 힘을 느끼게 된다.

나는 무대에서 가수를 빛나게 하는 것은 결코 재능만이 아니라고 이제서야 말할 수 있다. 처음 매니저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가수야 노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가수들의 마약사건을 지켜보면서 노래솜씨 이전에 갖춰야 할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무대는 어느 것 하나 숨기지 못하는 공간이다. 아니 숨겨지지도 않는다. 그 사람의 인격 품성 됨됨이가 낱낱이 드러나는 곳에서 눈속임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나 스스로 바로 서지 않으면 안돼”라고 다짐하며 마약 등의 유혹을 넘긴 토니의 진실이 팬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믿는다.

토니 뿐 아니다. 별명이 ‘도덕선생님’으로, 스타가 된 지금도 지각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강타의 성실함 역시 팬들의 예리한 눈에 감지된다.

물론 ‘H.O.T’는 20대 초반의 나이만큼이나 계속 배우고 성장해야 될 친구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성실함과 놀랄 정도로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이 이들이 성공하는 계기가 됐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가수는 노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많은 가수들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본 경험으로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수만〈SM기획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