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승모/한나라의 「民心 흔들기」

  • 입력 1999년 7월 6일 19시 50분


길고 지루하게 계속돼온 여야간 특검제 공방은 이제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벌이느냐 마느냐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압축되는 것 같다.

두말할 필요 없이 한나라당은 옷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벌여야겠다는 것이고 여당측은 한사코 못하겠다는 것이다.

옷사건의 성격상 국정조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일면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필사적으로’ 옷사건 국정조사에 매달리는 한나라당의 속내가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는 점이 문제다. 다시 말해 옷사건 국정조사 과정의 청문회(TV중계가 예상되는)를 통해 사안의 본질 규명보다 정치적 효과를 거두자는 속셈을 앞세우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옷사건은 떠들면 떠들수록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된다”며 “특검제보다 솔직히 국정조사가 낫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도 “진상규명보다 푸닥거리를 통해 민심을 흔들려는데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자기비판론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물론 옷사건이든 무엇이든 의혹이 있다면 국정조사도 해야 하고 특검제도 해야 한다. 그러나 당략적(黨略的) 목적에 치중하는 인상을 강하게 풍겨서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특히 여당이 수세에 몰리는 듯한 상황을 ‘완승주의(完勝主義)’를 관철할 기회로 삼는 듯한 태도로는 여론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공동여당이 나름대로 마련한 특검제 확대방안을 놓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타협선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특검제 협상과 국회 운영을 연계시켜 국회를 볼모로 잡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윤승모<정치부>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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