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캠프 참사]생존 어린이들, 극심한 후유증 시달려

입력 1999-07-02 19:23수정 2009-09-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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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새벽 씨랜드수련원을 덮친 화마(火魔)에서 살아남은 소망유치원 원생들도 당시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원생들은 불길 속에서 느꼈던 공포감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가 하면 친구를 잃은 상실감에 말을 잃고 멍하니 친구들의 이름을 되뇌이기도 한다는 것.

동생의 손을 잡고 불길을 헤쳐나와 남다른 형제애를 보여줬던 은성(6)이는 평소 쾌활하던 성격을 잃고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은성이는 1일 가족들과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도 숨진 친구들의 영정앞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다 한마디도 않은채 집으로 돌아왔다.

은성이의 부모는 “잘 아는 소아과 의사가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해서 은성이와 동생을 데리고 가까운 신경정신과에 다녀왔다”면서 “은성이가 뜻밖의 참혹한 광경에 많이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뒤 아무런 부상없이 가장 먼저 부모 품에 안긴 충호(4)도 TV를 보면서 “누나들도 죽고 형들도 죽었어”라며 울먹여 가족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연수원 캠프에 참가하지 않았던 아이도 친구들을 앗아간 ‘악몽의 불길’을 가슴에서 지울 수 없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하지 않았던 영진(5)이는 1일 도화지에 가득 그림을 그렸다. 한가운데에 ‘캠프’라는 이름이 붙은 네모난 건물, 이 건물에서 어디론가 급히 떠나는 앰뷸런스, 환하게 웃는 4명의 어린이 옆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몸짓을 취하고 있는 유난히 작은 한 아이…. 한 귀퉁이에는 ‘소망유치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도 보였다.

연세대의대 정신과 신의진(申宜眞)교수는 “아이는 큰 사고를 겪고나면 정신적 충격을 소화하지 못하고 성격 형성에 지장을 받기 쉽다”며 “사고 한 달까지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 그 뒤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진단하며 한 달 전에 치료를 받아야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한편 김덕중(金德中)교육부장관은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500여명의 유치원생 및 초등학생들에 대해 무상으로 심리치료를 실시할 것을 서울과 경기교육청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치료사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된 심리치료팀이 서울 공릉미술학원 등 9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진료활동을 시작했다.

〈이성주·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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