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설익은「경조사費」금지

  • 입력 1999년 6월 21일 00시 00분


『정부가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쫓기듯 ‘설익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위’에서 빨리 공직쇄신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공무원들의 축조의금 수수 금지는 전반적인 경조사 문화의 개혁이 전제돼야 하는데….』

행정자치부가 19일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의 세부지침을 발표하자 공직사회 안팎에서 시행도 되기 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리 훈령으로 이달 말부터 시행될 예정인10대 준수사항 가운데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경조사의 축조의금 수수 문제.

행자부는 세부지침에서 과장급 이상 간부의 조의금 접수를 금지하되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에는 조의금 접수대 설치를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형제자매가 있는 간부 공무원은 형제자매 명의로 조의금 접수대를 비치하고 사실상 조의금을 받아도 단속할 방법이 없게 된 반면 공무원이 외아들인 경우엔 조의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상당수 공무원들은 실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모두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행자부는 또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본인은 물론 동료나 부하직원을 통해 직무와 관련된 단체나 업체에 경조사를 알릴 수 없도록 규제하면서도 일간지에 부음기사를 내는 것은 허용해 경조사 고지를 금지한 조항의 실효성을 잃게 했다.

중앙부처의 한 간부는 “우리 관습상 경조사비는 일종의 ‘사회보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오래 전부터 보험금 붓듯 꼬박꼬박 경조사비를 지출해왔는데 막상 필요할 때 한푼도 못 받게 된다면 불공평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시민들은 ‘힘있는’ 고위직에만 해당되는 뇌물성 경조사비를 전체 공무원의 문제로 간주한 것은 한심한 발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진영<지방자치부>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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