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정현종 「어디 들러서」

  • 입력 1999년 6월 20일 20시 25분


거기 좀 가 있다가

어디 들러서

애들 있는데 좀 가 있다가…

이런 말들은 당장 쓸쓸하다.

어디도 쓸쓸하고

좀도,

있다가와 갔다가도

많이 쓸쓸하다.

가고 오고가 다

하늘처럼 벌판처럼

가이없이…

―시집‘세상의 나무들’(문학과 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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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우주와 생을 향한 이 시인의 넘쳐흐르는 말씀들을 경이에 차 듣곤 하다가 문득 이 시를 발견한 쓸쓸함. 어찌할 수 없는 주름살진 얼굴로 거기 좀 들렀다가 어디 들러서… 가이없이….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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