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푸줏간 소년」, 끔찍한 결과부른 편견에 경고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24분


세상에는 꼭 필요하지만 제대로 대접을 못받는 공간이 있다. 소 돼지를 도살하는 푸줏간도 그런 곳이다.

영화 ‘푸줏간 소년(The Butcher Boy)’은 편견과 소외의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가를 블랙 유머로 그려낸다.

‘왕따’당하는 한 소년과 푸줏간의 연결은 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

알콜중독인 아버지(베니 프랜디 분)의 학대 속에 살아가는 프랜시(이몬 오웬)는 소문난 악동이다. 유일한 친구 조(알란 보일)와 어울려 이웃집 누젠트부인(피오나 쇼)의 잘난 아들을 괴롭히는 게 낙이다. 게다가 푸줏간에 일자리를 얻음으로써 사람들의 미움을 받을 만한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한 소년에게 쏟아진 냉혹한 시선의 대가는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참혹하다. 낙서 등 작은 복수로 위안을 삼던 프랜시는 조가 자신을 배반하자 사사건건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던 누젠트부인을 죽이는 살인마가 돼버린다.

‘크라임 게임’ ‘마이클 콜린스’의 닐 조던 감독은 중간중간 프랜시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레이션과 흥겨운 음악으로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를 밀어내고 때때로 유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근깨 투성이에 뚱뚱하고 못생긴 이몬 오웬은 찬사를 받을 만한 주인공이다. 1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프랜시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냈다.

팝계의 스타 시너드 오코너가 프랜시의 상상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성모 마리아로 출연한 것이 이채롭다. 98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특별상(이몬 오웬). 19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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