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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16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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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력 자신감 성과 ▼
남북간의 무력 충돌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러나 NLL을 넘어와 선제공격을 감행한 북한의 무력도발을 우리 해군이 월등한 화력으로 응징한 것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같은 민족이기에 북한에 성심껏 식량 비료와 귀중한 달러까지 주고도 매번 뺨을 맞기만 한 것에 불만이 높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국민의 마음이 많이 풀리고 단결이 고취된 점은 큰 소득이다. 굶주려서 얻어 먹으면서도 생트집만 잡는 ‘북한 형제들’의 못난 짓에 당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때려야 할 때는 때려 가르치면서 줄 것을 주는 ‘힘 있는’ 햇볕 정책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 감정이 이번에 어느 정도 만족된 것이 중요하다.
약 5분간의 짧은 함포 사격이었지만 이 교전에서 한국 해군이 압도적 화력으로 선제공격을 감행한 북한 경비정과 어뢰정을 격침해 패퇴시켰다. 우리 국력이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북한을 제압할 힘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 자신감은 금후의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에 북한의 군사적 우월감과 오만이 구겨진 것은 통쾌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이번에 서해에서 북한군을 응징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나왔다. 초당적 안보를 위해 여야 총재가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더욱이 여야가 국회에서 대북한 경고 결의를 공동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 사태로 대북한 화해 포용정책에 대한 여야간의 이견이 많이 좁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서해상의 무력 충돌에도 불구하고 사재기 등의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사회적 동요가 전혀 없는 것은 북한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겠는가. 정부로서도 햇볕정책이 무모한 북한의 군사 도발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군사력으로 뒷받침되는 적극적 정책임을 국내외에 과시해 더욱 든든한 신뢰감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회에 북한은 무력으로 한국을 이길 수 없음을 확실히 깨닫길 바란다. 더욱이 근년에 ‘미일방위지침’의 확정과 일본의 ‘주변사태 법’ 통과로 미일동맹이 강화돼 한반도 및 대만의 유사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 北 평화공존 선택하길▼
김정일 정권이 ‘강성대국’을 표방하는 군사 모험주의를 추구할수록 한반도에 코소보전쟁 같은 사태를 초래해 북한의 멸망이 촉진될 것임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남북이 평화 공존하는 길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음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정말 꽃게잡이가 목적이면 NLL 수역을 남북공동 어업지역으로 개발할 것을 제안하는 실리적 타협책이 있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의 지원을 얻어 이 지역에 공동어장을 개발하면 북한도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으로 한국의 관광객들이 북한의 영해를 매일 같이 드나드는 오늘의 남북관계에서 공동어장 합의는 쉬운 일일 것이다.
또 북한쪽 서해의 석유개발을 한국과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통해 북한 경제를 적극 개발할 뿐만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힘을 신장할 길을 찾을 수 있다.
이번과 같은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남북한은 전세계인으로부터 경계와 조소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창피한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종전처럼 계속될 것이라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약 1년 전에 중단됐던 남북한 차관급회담도 21일 예정대로 열려 이번 돌발사태를 잘 수습하고 92년의 남북 기본 합의서 정신과 내용에 따라 남북이 공동번영의 길을 걸어가게 되기를 민족의 이름으로 간절히 소망한다.
이호재 (고려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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