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이 답한 「노(NO)」

  • 입력 1999년 6월 4일 18시 52분


정부여당은 엊그제 치러진 서울 송파갑과 인천 계양―강화갑 선거 두 곳 모두에서 참패한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민심수습을 포함한 대책을 어떻게 강구할 것인지 궁금하다. ‘옷로비’의혹파동의 한가운데 서 있던 김태정(金泰政) 법무장관의 경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아직도 정부가 민심을 정확히 읽지 못하는 것같아 안타깝다.

이번 재선거에서 드러난 민의(民意)는 한마디로 현정권에 ‘노(No)’라고 외친 것이다. 현정권이 ‘옷로비 의혹사건’을 실체가 없고 그래서 법무부장관은 유임시키는 게 당연하다고 한데 대해 ‘아니오’라고 항변한 것이다. 권력내부의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한 말을 유권자인 국민이 단호히 ‘노’라고 대변한 것이다.

이 ‘아니오’의 의미를 정부가 똑바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 ‘옷로비 의혹’을 재수사하고 문제의 법무부장관을 당장 경질하고 말고는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정권이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왜 권력내부의 그 누구도 대통령에게 민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됐는지, 그 원인은 무엇이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리고 스스로 쇄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말의 통로가 차단된 경색(梗塞)된 권력메커니즘에서는 개혁은 물론 민주주의도 기대하기 어렵다. 권력 상층부의 개혁과 쇄신 없이 밑에만 대고 공직자 기강확립 운운하는 것도 공허하지 않은가.

물론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여론과 대중의 인기만을 좇는 이른바 ‘포퓰리즘(대중주의)’정치의 폐단은 크다. 우리는 앞의 정권에서 그 선례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바닥민심과 여론을 수렴해 국정운영의 바른 방향을 잡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이며 그것이 이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의 바탕이 돼야 한다. 정부는 현정권의 정신적 지지기반이기도 했던 재야 시민단체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는 현상황의 본질을 직시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이회창(李會昌)총재와 한나라당은 이번 재선거 결과가 유권자들이 보낸 자신들에 대한 ‘예스(Yes)’ 표시라기보다는 상대인 정부여당이 잘못한 데서 비롯된 반대급부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의 위기가 곧 야당의 기회라는 식의 저차원의 당리당략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어제 포항에서 가진 국정보고대회 같은 장외활동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총재가 국회로 진출한 이상 이제는 모든 문제를 원내에서 여당과 함께 풀어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야는 소모적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의 안정을 위해 보다 큰 정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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