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 스탠더드]표절시비「청춘」조기종영

  • 입력 1999년 5월 28일 08시 47분


MBC의 미니시리즈 ‘청춘’을 도중하차시킨 것은 네티즌의 힘이었다는 것이 여의도 방송가의 중론이다.

과거에도 일부 프로를 둘러싼 표절 시비가 있었지만 ‘청춘’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신속하고 집요했다.

“일본 드라마를 표절한 ‘청춘’은 퇴출돼야 한다”는 항의성 의견이 하루 1백여건 이상 게재됐다. 한때 일본에서 살았다는 시청자는 ‘원판’격인 후지 TV의 ‘러브 제너레이션’의 녹화테이프를 언론사와 시청자운동 단체에 제공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과거 시청자들은 시청률의 숫자를 구성하는 ‘모래알’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청춘’에 대한 항의 운동을 통해 특정 프로를 죽이고 살릴 수도 있는 시청자 파워를 보여준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미국 일본 등 대중문화에 대한 정보가 리얼타임으로 전달되고 있어 PD들의 베끼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SBS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의 정순영 PD는 “시청자 입장이 실리는 PC통신의 옴부즈맨 코너는 PD들이 꼭 챙겨야 할 중요한 자료”라면서 “영상매체와 함께 성장한 신세대들의 여론 광장이어서 무시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90년대부터 부쩍 성장한 시청자운동 단체도 표절의 감시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대표적인 시청자운동단체로는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뫼비우스, 여성민우회 등 10여개가 있다.

이들 단체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청춘’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방송사에 증거를 제시하고 여론을 주도해 방송사로부터 조기종영의 ‘백기’를 받아냈다.

서울YMCA 이승정부장은 “앞으로 표절 의혹이 있는 프로와 일본측 동영상 자료를 비교하는 코너를 운영할 방침”이라며 “개방시대에서 표절은 한국 문화상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으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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