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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26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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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康奉均) 재정경제부장관은 25일 특정그룹을 거명하며 “데이콤 인수는 모르지만 대한생명 인수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채비율 200% 등 단서들이 붙긴 했지만 해당기업은 물론 재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자본주의 국가인가’라며 놀라워 한다. 경제운용 방향과 개혁지침을 제시한 후 기업의 건전하고 자율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할 정부가 사(私)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인상이다.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의 사재출연 관련 발언도 그렇다. 강장관은 “총수의 자발적 출연은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삼성측은 ‘자발적 형식을 통해 재산을 내놓으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청와대 총무수석이 은행장에게 “한보가 어렵다는데…”라고 한마디했다가 훗날 외압으로 지탄을 받던 과거 정권때의 분위기와 달리 현 정부 실세들은 개혁이란 이름아래 기업을 겨냥한 강성 발언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은밀한 압력보다 공개적인 언급이 더 투명하고 떳떳할 수 있다. 그러나 실무관료들과 해당기업이 받는 중압감은 더욱 커지고 ‘말을 뒤집을 것’이란 비난을 의식하다 보면 정책의 유연성까지 떨어질 수 있다.
강장관은 임명 직후 “재벌개혁을 연내 완결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사람들은 “선거가 가까워지니 역대 정권처럼 현 정권도 ‘재벌 때리기’를 통해 표를 얻으려 한다”는 반응이다. 재벌개혁의 무리한 시간표와 적정한계를 넘어선 강성발언 탓에 재계는 숨을 죽이고 있다.
박래정<정보산업부>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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