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현대, 대타요원 없어 투수 타석에

  • 입력 1999년 5월 24일 18시 52분


동네야구가 아닌 프로야구에서 투수가 4번타자로 나섰다면 그는 ‘야구천재’일까?.

23일 현대와 삼성의 수원경기.

현대는 8대8로 팽팽히 맞서던 9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3루에 있던 ‘느림보’피어슨 대신 대주자로 투수 조웅천을 내세웠다.

1군 현역선수 엔트리는 25명. 현대는 25명 중 11명을 투수로 채우고 타자는 14명만 등록했다. 그러나 일이 꼬이다보니 현대는 이날 경기에서 9회까지 타자들을 모두 다 기용했고 투입 가능한 선수는 투수뿐이었다. 결국 투수 중 발이 가장 빠른 조웅천이 낙점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

현대가 이 귀중한 기회를 후속타자의 삼진과 땅볼로 살리지 못한 것.

경기는 연장전으로 넘어갔고 조웅천은 졸지에 두번이나 4번타자로 타석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조웅천은 11회 오른쪽 뜬공으로 잡히더니 13회 1사 2,3루의 황금찬스에선 삼진으로 물러났다.

조웅천은 순천상고시절 도대회에서 타격왕에 오른적이 있는 투수. 그러나 그가 프로에서 타석에 들어선 것은 89년 데뷔이래 처음.

조웅천이 13회 2사만루에서 터진 이숭용의 끝내기 안타를 누구보다 반가워했던 것은 불문가지.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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