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LA정유 장학회 간사 최상면씨

  • 입력 1999년 5월 18일 19시 25분


LG정유 관리물류정보팀 최상면(崔相勉·37)과장은 매달 25일 월급날이면 누렇게 빛이 바랜 ‘후원금 장부’를 들고 LG트윈타워 27층에서 35층까지를 부지런히 오르내린다.

그는 20년째 유지되고 있는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한 ‘LG정유 장학회’간사. 후배에게 일을 물려줄 때도 됐지만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아 10년째 장학회를 꾸려가고 있다.

80년 우연히 신문기사를 통해 강원도 산골 소녀가장의 애달픈 사연을 읽고 대여섯 명이 뜻을 모아 시작한 장학회 사업이 벌써 20년이 됐다.

그동안 후원한 소년소녀가장만도 1백여명. 회원수도 1백50여 명으로 늘었다. 회원 중에는 이미 퇴사했지만 여전히 성금을 보내오는 사람도 10여 명에 달한다. 소문을 듣고 동참한 다른 회사 직원도 있다.

회비는 한달에 3천원에서 3만원까지. 온라인으로 송금할 수도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맞대고 정(情)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간사가 20년째 월급날이면 사무실을 돌며 직접 성금을 걷는다.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면 성금을 걷지 않는다.

LG정유장학회는 96년에는 중국 옌볜 조선족소년소녀가장들을 돕기 위해 중국조선족소년보사에중국돈 10만위엔(약 1천1백만원)을기탁, 현재 10여명의 조선족 학생들이 장학금을 지급받고 있다.

최근에는 LG정유 장학금을 받은 덕택에 중고교와 교육대학을 졸업한 소녀가장 출신 조모씨(25·교사)가 회원으로 가입, 성금을 보내오고 있다.

“일이 바쁠 때면 간사 일을 그만둘 생각도 하지만 25일만되면 저도 모르게 장부를 집어듭니다. 아마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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