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경/「칸」서 고개숙인 한국영화인

  • 입력 1999년 5월 17일 19시 28분


칸 국제영화제에 참가한 한국 영화인들은 16일(한국시간) 깜짝 놀랐다.

칸 현지에서 매일 발행되는 영화제 관련 신문들에 “미국 미라맥스 영화사가 한국의 K광고대행사와 H케이블TV방송회사와의 분쟁에서 승리했다”는 기사가 일제히 보도된 것. 세계 각국의 영화관계자들이 모이는 영화제라 한국 영화계의 신뢰성에 먹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기사였다.

기사는 두 한국회사측이 미라맥스의 작품을 수입해 흥행하고선 흥행실적을 줄여 보고하자 미라맥스가 미국영화판매협회의 국제분쟁 중재위원회에 제소해 승소했다는 내용. 이들이 극장 흥행과 비디오출시 수익을 실제보다 낮춰 보고했고 상호 합의한 배급 비용의 일부를 ‘부적절하게 공제’한 사실도 밝혀냈다고 신문들은 보도했다.

그러나 H방송측은 “97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잉글리시 페이션트’ 등 8편을 수입했으나 이 한편만 상영하고 나머지는 반납하려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겼다. 흥행기록 조작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분쟁은 계약사들간의 상도의와 계약이행에 관한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에는 극장흥행 실적을 투명하게 집계할 수 있는 입장권 판매 전산시스템이 없다는 점. 영화흥행 결과를 알려면 국내 영화의 경우 제작사, 수입영화의 경우 수입사나 외국직배사의 집계에 의존해야 한다. 이것도 지방은 불가능해 서울 흥행집계 뿐이다.

이 때문에 영화사들이 계산때는 줄이기를, 홍보때는 부풀리기를 반복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H방송측은 이같은 현실의 피해자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흥행업계가 흥행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시스템 가동을 계속 늦춰서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희경<문화부>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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