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흑염소 메디의「황금젖」

  • 입력 1999년 5월 12일 19시 34분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센터 유욱준(兪昱濬)교수팀 등이 유전자를 조작한 흑염소 젖에서 백혈병과 암 치료제를 대량으로 뽑아내는 신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은 참으로 경하할 일이다.

이들 연구진은 지난해 토종 흑염소를 교배한 수정란에다 젖을 만드는 유전자와 사람의 ‘백혈구 증식인자’인 G―CSF를 이식해 착상, 형질전환 흑염소 ‘메디’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었다. 이 ‘메디’가 일반 흑염소와 교배해 새끼를 낳았는데 그 뒤 어미젖에서 다량의 G―CSF가 추출된 것이다.

G―CSF는 백혈병 암 빈혈이나 골수이식 화학요법 등으로 인해 백혈구가 부족해졌을때 투여하는 의약물질로 1g에 9억원, 1회 주사분이 26만원이나 된다니 앞으로 이 물질의 대량생산 길이 트여 싼 값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은 많은 환자들에게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연간 세계시장 규모가 14억달러에 이르는 G―CSF의 대량수출로 막대한 외화도 벌어들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됐다.

97년 2월 영국 로슬린연구소가 복제양‘돌리’의 출산에 성공한 뒤 세계에는 ‘생명공학 혁명’이 일고 있다. 더구나 체세포만을 이용한 복제에 유전자조작기술까지 곁들여지면서 ‘동물복제공장’ ‘이식용 장기 주문생산’ 등은 이제 더이상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 동물복제를 통해 사람의 기능만을 조합한 ‘신생물’을 창조해내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윤리적 종교적 논란과 지구에 새로운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복제기술을 제대로 발전시킬 경우 21세기를 지배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조건에서도 그동안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여왔다. 올들어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黃禹錫)교수팀은 ‘복제 송아지’에 이어 ‘한우(韓牛) 복제 송아지’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생명공학연구소 이경광(李景廣)박사팀은 지난해 형질전환 젖소 ‘보람이’를 개발했다.

국내 생명공학이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은 연구진의 노력과 기업의 투자에 의한 결실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연구개발(R&D)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어 앞으로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민간기업의 R&D 투자는 전해에 비해 18%, 연구개발인력은 7%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 총액도 10% 넘게 줄어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5∼10년 후 무엇을 수출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하루빨리 이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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