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두환씨 추징금 왜 못받나?

  • 입력 1999년 5월 10일 19시 32분


전두환(全斗煥)씨는 97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추징금2천2백5억원 가운데 1천8백여억원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이 추적해 찾아낸 것은 겨우 3백12억원뿐이다. 전씨의 주장인즉 “돈이 없어 못낸다. 내가 숨긴게 있으면 구정권과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겠는가”라는 것이다. 추징금은 벌금과 달라서 자기 명의 재산이 없으면 달리 강제할 방도가 없다. 또 추징금은 집행시효도 3년이어서 내년4월만 지나면 없었던 일이 돼버린다.

전씨에 대한 추징근거는 특가법 위반, 즉 대통령의 자리에서 재벌총수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뇌물이라는 것을 대법원이 인정한데 따른 것이다. 전씨는 대법원에서 당시 특가법위반 말고도 12·12반란 및 내란수괴, 상관살해미수, 그리고 5·18내란목적 살인 등이 인정되어 무기징역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형 확정 여덟달여 만인 97년 12월 김영삼(金泳三)당시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노태우(盧泰愚)씨의 경우도 재벌총수로 부터 돈을 받은 것이 대법원에서 뇌물로 확정되어 총2천6백28억여원의 추징금을 내게 되었다. 그런데 노씨의 경우 뇌물을 ‘지능적’으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미 60%가 넘게 추징당했고, 이번에 검찰이 그의 동생과 사돈에게 맡긴 비자금 3백59억원에 대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할 계획이어서 이것까지 계산하면 선고추징금의 약 84%가 징수되리라는 보도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 두사람에 대한 추징 실적의 대조적인 양상과 전씨의 최근 출신연고지 방문 등을 통한 ‘정치성’행보와 발언을 지켜보면서 몇갈래 감회를 지울 길이 없다. 우선 여기저기 법과 감시의 그물을 잘 살펴서 빼돌린 측은 징수도 피하고 큰소리도 치고 사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다. 도대체 1천8백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어디로, 어떤 수법으로 은닉했기에 찾아내지 못하는가. 검찰은 끝내 추징금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지능범죄가 승리하는 사례만 남길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은닉 자금을 추적, 캐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전씨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무슨 수로 옛 ‘평생동지’를 이끌고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활동 경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초청자측이 돈을 내고 있다는 전씨측 해명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전씨의 주장이나 발언조차도 돈은 안갚는 빚쟁이가 구변만으로 이목을 끄는 부도덕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1천8백억원이 넘는 국가 추징금을 깔아뭉개려고 하면서 무슨 ‘지역감정해소’ 운운하고 다니는 그의 말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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