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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4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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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이 변칙처리된 직후 국민회의의 한 의원이 손세일(孫世一)원내총무에게 던진 말이다.
요즘 여의도 정가에는 대규모 의원외유 바람이 불고 있다. 이날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변칙처리 사회를 보던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을 사이에 두고 육탄전 일보직전까지 갔던 국민회의 S의원과 한나라당 K의원을 포함해 여야의원 6명은 4일 ‘사이좋게’ 중국과 러시아 방문길에 나섰다. 국민회의 C의원도 이날 세미나 참석차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9일에는 여야의원 4명이 러시아로 떠나는 등 30명 안팎의 의원들이 이달 중 이른바 ‘외유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 때문에 여당이 3일을 법안처리 최종 시한으로 잡은 것이나 야당이 이를 사실상 수수방관한 것을 둘러싸고 ‘의원들의 외유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라는 뒷얘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의장실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에게 제의하자 주변에선 “그랬다가는 외유를 계획 중인 의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의결정족수를 신경써야 했던 여권도 이같은 사정을 염두에 두고 3일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외유에 나선 의원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이미 짜여진 외국방문 일정을 무작정 미루기만 할 경우 의원외교에 차질이 빚어지고 결국 국익에 해(害)가 된다는 얘기에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실익’도 별로 없는 외유를 떠나기 위해 여야가 암묵적인, 또는 심정적인 ‘공모(共謀)’하에 중요 정치현안을 날치기로 처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공종식<정치부>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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