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외로운 선택」 주식투자

  • 입력 1999년 5월 3일 20시 03분


▽“나도 한번 주식에 손대 볼까.” 훈수라도 바라는 듯이 말을 꺼내는 사람을 더러 만나는 요즘이다. 재테크를 얘기해본 적이 없는 학자 문필가 같은 이들도 그런 말을 한다. 어떤 분은 “(주식투자를) 전혀 않고 있자니 가만히 앉아서 손해보는 기분”이라고 털어놓는다. ‘뜻밖’이라는 느낌과 ‘사람이 다 그렇지’하는 깨달음이 엇갈린다.

▽아무튼 ‘주식투자 한번 해볼까’에는 답할 말이 없다. 지금이라도 해보라고 권할 수도,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라고 말릴 수도 없다. 주식의 ‘깊은 구석’을 알려면 직접 해보는 게 가장 확실하겠지만 상투잡고 ‘수업료’만 잔뜩 물면 어떻게 하나. 반대로, 겪어보지 않고는 남이 떼돈 벌 때 가만히 앉아서 손해보는 기분이 사라지지 않을테고…. 주가전망은 대부분 ‘틀리기 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게 그간의 평균적 경험이고….

▽상상(想像)재테크에 맴도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증시는 바야흐로 열풍에 휩싸였다. 퇴직자나 ‘아줌마부대’뿐만 아니라 본업을 잊은 넥타이부대 등이 증권사 객장을 달군다. 대학촌 객장은 중간고사도 잊은 대학생들로 붐비고, 일부 기업체 사장은 운전자금으로 빌린 돈까지 주식에 베팅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증시과열론 주가거품론이 나오기도 하지만 당장 투자열기를 식히기엔 돈바람이 워낙 거세다. 재정경제부는 지난주 정부보유주식 매각검토 등 몇가지 과열진정책을 꺼냈다가 찬물 끼얹지 말라는 투자자들의 분위기에 압도돼 과열이 아니라고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하지만 ‘두번 다시 주식은 안한다’며 증권사 간판만 보여도 눈길을 돌리는 왕년의 투자 중상자(重傷者)도 적지 않다. 산다는 게 그렇지만 주식투자 역시 최종책임자는 ‘나’인, 외로운 선택일 수밖에 없나보다.

배인준〈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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