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여권의 선관위 흔들기

  • 입력 1999년 4월 22일 19시 39분


요즘 여권에서는 계속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중앙선관위가 20일 ‘3·30’재 보선 당시 국민회의의 특위활동을 문제삼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직후 여권 인사들의 선관위 성토 발언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선거관리철학이 없다”면서 선관위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핵심인 금품살포 흑색선전 등의 문제는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여권을 견제하고 있다”며 흥분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도 공식성명을 통해 “정상적인 정당활동인 특위활동을 마치 부정선거의 본질인 것처럼 검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한데 대해 헌법이 보장한 정당활동의 위축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자민련 소속인 이원범(李元範)국회행정자치위원장은 20일 중앙선관위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손석호(孫石鎬)사무총장의 인사말 중 일부 표현을 문제삼아 거칠게 몰아세웠다. 마치 선관위에 분풀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같은 여권의 빗발치는 성토에 선관위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인데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이라는 이유로 여권이 이처럼 선관위를 흔들어대면 어떻게 하느냐”고 답답해하는 표정이었다.

여당도 정당인 이상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사표현을 할 수도 있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도 아닌 여당이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계속 흔들어대는 모습은 아무래도 볼썽사납다.

공종식<정치부>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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