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정委 와해 책임은 「政」에

  • 입력 1999년 4월 18일 19시 52분


마침내 재계가 노사정(勞使政)위원회 탈퇴를 결의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이어 재계마저 노사정위를 떠나기로 함으로써 지난해 1월 사회적 합의기구로 출범한 노사정위는 15개월만에 붕괴위기를 맞았다. 노사정위의 파국은 단순히 노사간의 이해대립의 차원이 아닌 우리사회의 총체적 문제해결 능력의 미숙을 반영한다.

재계의 전격적인 탈퇴결의가 아니더라도 제2기 노사정위는 이미 와해 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노사정위의 합의사항을 둘러싸고 노사(勞使)와 노정(勞政)간의 갈등이 계속 증폭되어 왔다. 노사정위 위상을 둘러싸고 공동 여당간, 당정간, 정부부처간의 입장 차이도 제대로 조율되지 못해 끊임없는 마찰과 상충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정책은 일관성을 잃었고 신뢰성마저 큰 상처를 입었다.

노사정위의 사실상 붕괴는 노사정 3자 모두의 탓이지만 그 중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어렵사리 이끌어 내놓고도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은 물론 기본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실직자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허용이나 부당노동행위 근절, 노사정위 위상강화 등은 미적거릴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시기를 놓친 나머지 노동계에 노사정위 탈퇴의 명분과 빌미를 주었다. 급기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잇달아 노사정위 탈퇴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정부는 이번엔 노동계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노사정간의 첨예한 쟁점은 정리해고 중단, 노동시간 단축, 산별교섭 보장,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처벌조항 삭제 등이다. 그러나 정리해고문제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사정의 합의사항으로 이미 법제화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정리해고는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수불가결의 과제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도 논란거리다. 사측에선 임금 삭감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노동현안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이같은 사안들을 노동계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받아들여 관련 조항을 재개정키로 합의한 것은 노사정 합의의 기본정신과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정부는 현안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중심을 잃고 있다.

물론 노사정위가 와해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그렇다고 노사정위의 복원을 위해 노사관계의 원칙과 노동개혁의 기본방향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노사정위가 이끌어 낸 사회협약은 경제주체 모두가 단기적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가 이기는 게임을 하자는 양보와 타협의 정신에 바탕하고 있다. 노사정위 3자는 그같은 기본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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