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할렐루야 정영훈]『다시 뛰니 꿈만 같아요』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1분


“순진아, 어제 우린 졌다.”

“힘내. 내일 이기면 되지 뭐.”

실업축구 할렐루야의 간판 골잡이 정영훈(24).

그는 14일 새벽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전날 팀이 99춘계실업축구연맹전 예선리그 수원 삼성 2군과의 3차전에서 후반에 잇따라 2골을 허용해 0대2로 완패한 것.

그가 밤새 뒤척이다 팀 동기였던 진순진(안양 LG)에게 전화를 건 것도 답답한 마음 때문.

할렐루야는 지난해 8월 경제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해체됐다가 최근 다시 ‘부활’한 팀. 어렵사리 임마누엘축구단을 이끌어온 이영무 감독이 올초 양팀 선수들을 끌어모아 재창단했다. 선교축구단인만큼 교회관계자들이 10만 구좌를 목표로 기금 모금에 나섰고 지금까지 3만여명이 동참을 약속했다.

할렐루야선수단은 재창단 후 첫 출전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좋은 성적으로 팬의 후원에 보답하려 각오를 새롭게 했었다.

9일 한국철도와의 첫 경기에서는 정영훈이 2골을 넣는 맹활약으로 5대0 대승을 거뒀으나 이후 프로 2군과의 경기에서 내리 2패를 당했다.

그러나 정영훈은 지난해 팀 해체 이후 겪었던 ‘방황’을 떠올리며 이를 다시 한번 악물었다. 당시 그는 홀어머니가 계신 고향 여수에도 못 돌아가고 서울의 친구집을 전전하면서 밥과 잠자리를 해결했다. 그럴수록 축구에 대한 열정은 더욱 타올랐다.

그와 선수단 27명 전원은 현재 서울 독산동 52평 아파트에 모여 살면서 훈련에 여념이 없다. 식사는 이감독의 장모가 손수 지어준다. 이달초 그가 받은 월급은 40만원. 그러나 그는 그라운드를 다시 밟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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