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인터뷰]英 습지생태전문가 닐 무어

  • 입력 1999년 4월 12일 19시 51분


국내에서 활동중인 습지생태 전문가 닐 무어(38)는 ‘한국 개펄의 파수꾼’으로 불린다.

무어는 1년 전부터 70여 차례의 국내 개펄보전 세미나와 심포지엄, 1백여 차례의 개펄조사현장 등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파란 눈의 영국인. 그는 한국에 온지 꼭 1년이 되는 12일 오전에도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그동안 함께 일해온 환경운동연합 장지영(張志英·26·여)간사와 람사협약에 제출할 습지생태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토록 아름답고 풍부한 생태계를 갖춘 한국의 개펄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펄이 매립 등으로 제대로 보전이 안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죠.”

어릴 때부터 유난히 새를 좋아했던 그는 90년 넓적부리도요의 생태를 관찰하고 싶다는 단순한 욕심만으로 일본 후쿠오카(福岡)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넓적부리도요의 서식지를 매립하려는 일본 정부당국에 항의하며 싸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지보전운동에 뛰어들게 된 것.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을 몇차례 방문하면서 서해안이 ‘습지 조류의 보고(寶庫)’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그는 지난해 경남대와 마산 창원 환경운동연합 초청으로 입국했다.

그 후 지난 한해 동안 환경운동연합과 전국습지보전연대회의 회원들과 함께 무려 2백20일 동안 국내 개펄과 강, 호수의 습지를 찾아다니며 습지생태를 조사해왔다.

그 결과 기존의 학계보고를 수정해야 할 정도로 다양한 사실을 발견하는 성과를 얻었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0만5천여마리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가창오리는 올해 1월 전남 해남 개펄에서만 16만8천여마리나 발견됐다.

새만금에서는 하루만에 세계 전체에서 보고된 붉은 어깨도요의 12%에 해당하는 3만8천5백여마리를 발견했다.

이처럼 습지의 생태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조류조사를 통해 무어와 환경단체는 람사협약 기준을 충족시키는 개펄만 국내에 29곳이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5월 10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리는 람사협약 총회에 국내 환경단체 회원들과 함께 참가한다. 한국 습지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4∼5년은 더 국내에 머무르며 ‘개펄지킴이’로 활동할 예정이다.

“한국의 서해안은 세계적 자원입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지금이라도 습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극적인 보호에 나서길 바랍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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