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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7일 2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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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林東源)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군 성격을 ‘평화군’과 같은 것으로 바꾸어 주면 북한이 그 주둔을 용인한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도 북한 학자들이 주한미군을 평화유지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으므로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고 부연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마지막 단계에 가서나 논의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그는 강조했다. 그러나 홍순영(洪淳瑛)외교부장관의 발언은 또 다르다. 4자회담에서 북한 인민군과 우리 국군의 문제를 함께 다룬다면 미군 성격을 지금이라도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는 전언이다. 외교안보의 고위책임자들간에 이렇게 손발이 안맞는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정부 부처간 의견조율도 안돼 있는 민감한 문제를 대통령이 먼저 언급했다는 점에서 국민은 의아심과 함께 불안한 마음으로 정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4자회담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로 주장해 왔다. 한미 대표단이 이를 거부하니까 북측이 ‘철수’ 대신 그 ‘지위문제’로 바꾼 것은 이 문제를 의제에 올리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정책당국이 그것을 북한의 변화라거나 햇볕정책에 대한 긍정적 반응으로 해석한다면 아전인수이고 위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의 4자회담 토의내용이나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북한이 변했다는 증거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주한미군과 관련된 북한의 전략수정을 포용정책의 성과로 친다면 그것은 판단착오가 아닐 수 없다. 외교안보에 관한 한 고위당국자일수록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하며 그 정책변경을 함부로 시도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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