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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26일 0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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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모델하우스마다 몰려드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루고 청약통장에 수백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바야흐로 부동산경기가 봄기운을 타고 있다”는 쪽과 “아직 봄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쪽으로 나뉜다. 이들은 그러나 “실수요자라면 올해 내집을 마련하는 게 유리하다”는 데는 대체로 일치된 견해.
▼ 주택시장에 사람이 몰린다 ▼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 신도시에서 개장한 주택공사 모델하우스.
문을 연지 1시간20분만에 방문객용 기념품 6천5백개가 동이 나고 하루종일 1만여명의 인파가 다녀가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하이트맥주공장 부지에서 대우드림아파트 조합원을 모집한 대우건설의 모델하우스에도 이틀 동안 무려 6만여명이 몰려들면서 영등포로터리 주변 일대가 주차장이 됐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 용인 등 일부 인기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안산 교하 산본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지 사람만 모이는 게 아니다. 1순위 청약이 가능한 통장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모습이 경기 구리시 토평지구, 경기 용인시 등 수도권 곳곳에서 발견된다. 신규 분양아파트 시장이 달궈지면서 미분양아파트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2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아파트는 9만3천여가구로 1월말(9만7천여가구)보다 4천가구가 줄어들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울산을 제외한 전국에서 모두 미분양이 줄었다는 것.
이같은 새 아파트에 대한 급격한 인기 회복으로 1월 이후 주춤했던 기존주택의 매매가도 덩달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전문업체인 21세기컨설팅에 따르면 11일 현재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는 보름전보다 평균 0.45%가 올랐다. 이는 2주전 조사때 상승률(0.27%)보다 0.18%포인트 오른 것이다.
▼ 왜 이러나 ▼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시중 금리 하락 △부동산 부양책과 부동산 거래 규제 완화 △경제 지표의 호전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한다.
올들어 시중은행의 일반정기적금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정부의 저금리 유도 정책에 따라 이같은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뭉칫돈 투자자로선 욕심낼 만한 금융투자상품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여유돈 투자자들로선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각종 부동산 경기 부양책과 부동산 거래 관련 규제 완화도 이들 투자자의 눈길을 끈 요인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조치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 아파트의 미등기 전매 허용이다.
새 아파트의 분양계약만 하면 아무 때나 분양권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면서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투자가치가 괜찮은 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라면 일단 사두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된 것.
여기에다 올 6월 이전에 새 아파트나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받아 5년 이내에 되팔 경우 양도소득세 전액을 감면받고 등록세 취득세 등도 감세받을 수 있는 것도 투자자들로선 놓치기 아까운 매력.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각종 경기지표와 올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리란 전망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의 마음을 달구는 요인이다.
▼ 본격적인 시장 회복인가 ▼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지금이 본격적인 회복시기”라면서 “주택시장의 시세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말이나 올해초엔 ‘봄 이사철 특수가 끝나는 3월부터 집값과 전세금이 다시 떨어져 하반기까지 한차례의 조정기를 거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 집값의 오름폭이 다시 커지고 있는 점을 볼 때 그같은 전망은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이들은 이런 변화의 원인을 △각종 경기 지표의 호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 △급매물 부동산의 소진 △부동산 선취매 심리 확산 등을 꼽는다. 부동산전문지 부동산플러스의 이현숙부장은 “시장에서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줄고 사겠다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며 “주택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부동산경기는 현재의 회복세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의 현상은 일시적인 특수라는 분석도 많다. 최근의 주택경기 활황은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고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만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
강교식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부동산은 경기 후행적인 상품”이라며 “아직까지 국내 경기 전체가 회복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부동산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시기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내집마련을 미루지 말라 ▼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올해안에 내집을 갖는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올 한해에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양도세 면제 등과 같은 각종 세제혜택을 활용하자는 것.
이들은 요즘 집값이 IMF 이전과 비교하면 85∼90% 정도에 불과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즉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에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가치가 저평가된 지역에선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주택구입자금의 30% 정도만 확보하면 나머지는 20∼30년간 나눠서 갚을 수 있는 주택저당채권(MBS)유동화 제도가 올하반기부터 본격화하면 내년 이후부터는 주택수요가 급팽창해 주택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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