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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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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백암면 현대다이냇 프로농구단 숙소.
식사시간만 되면 식당을 어슬렁거리며 “빨리 밥달라”고 능청을 떠는 거한 때문에 아줌마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진다.
17일 열린 98∼99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외국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조니 맥도웰(28).
불고기 볶음밥 등 한국 음식을 잘 먹고 한국말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그는 이제 ‘반 한국인’이 됐다.
그가 많은 용병 중에서 MVP를 두차례나 차지하며 돋보이는 활약을 할 수 있는 원동력도 바로 완벽한 한국적응 때문.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대를 거쳐 스페인 프로농구에서 3년, 포르투갈에서 1년, 키프로스에서 3개월 등 여러 곳을 전전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왔지만 한국에서 만큼 각광을 받은 적이 없었다.
지난해 한국 프로농구에 데뷔한 그는 첫해 소속팀을 우승시키며 외국인 MVP를 차지했다. 1m91, 1백3㎏. 배불뚝이 처럼 보이는 인상 때문에 드래프트에서 16위로 지명받았지만 한국에 온 뒤에는 펄펄 날았다.
한국 음식은 전혀 입에도 못대는 다른 용병에 비해 음식을 가리지 않는데다 근육질의 상체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골밑을 장악한 것.
겉으로는 다소 둔해보이지만 실제로 코트에서는 다람쥐처럼 잽싼데다 두뇌 회전이 엄청나게 빠르다는 게 주위의 평가.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빌 코스비를 가장 좋아한다는 맥도웰은 한국에서의 성공 이유로 “매일 잠자기 전 성경책을 읽고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도를 드렸기 때문”이라고 능청을 떤다.
그의 당면 목표는 현대를 2년 연속 정상에 올려 놓는 것.
정규리그에서 팀을 1위로 이끌었던 그는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시즌 우승도 우리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미혼인 그는 “미국에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애인이 있지만 체력이 닿는 한 한국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많은 돈을 벌어 햄버거 체인점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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