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병기/어협과 계약에 서툰 한국인

  • 입력 1999년 3월 14일 19시 33분


한국인과 공적인 업무처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외국 기업인이나 공무원들은 “한국인들은 계약에 약하다”고 말한다. “한국인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계약문화가 없다”라고 빈정거리는 외국인도 있다.

이번 쌍끌이어선 조업문제로 인한 한일간의 재협상과정을 지켜보면 외국인들의 이런 지적이나 혹평을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워싱턴 타임스의 서울 특파원이었던 마이클 브린.

그는 자신의 저서 ‘한국인을 말한다’에서 “서구인은 계약을 법에 근거한 상호작용으로 신성하게 여기는데 반해 한국인은 이를 인간관계로만 받아들여 계약에 자신의 모든 이익을 담으려는 노력과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구 사람들은 계약을 할 때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시키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계약서에 앞으로 발생할 소지가 있는 모든 문제를 시시콜콜 담는다. 때문에 회사간의 단순한 계약도 계약서가 수백페이지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인은 계약을 단순히 ‘관계의 시작’으로만 파악, 한두장 짜리 계약서를 달랑 작성해놓고 모든 문제가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재계약을 하자”고 어거지를 쓰기 일쑤다. 계약을 해놓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재협상을 하자는 한국인을 외국인들은 ‘생떼쓰는 어린아이’로 보기 때문이다.

한일어업협정이 쌍끌이조업 누락문제로 문제가 발생하자 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장관은 “일본의 고위층과 형님 동생하는 사이니까 재협상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어린아이의 ‘생떼’나 다름없는 말이다. 세계화도 따지고 보면 제대로된 계약문화에 대한 이해와 계약결과에 대한 승복이 그 첫걸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병기<사회부>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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