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 인생풀이]두려움 이기면 의사표현 잘돼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문

20대 후반의 주부입니다. 결혼 전에도 그랬지만 결혼한 후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장보러 나가기도 두렵습니다. 물건 값을 흥정하는데도 서툴러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살 때가 많습니다. 산 물건에서 하자를 발견해도 바꿔달라고 요구하지 못합니다. 차를 타고 가다 길을 잘 모를 때도 남에게 물어보지 못해 쩔쩔 맬 정도입니다.(경기 고양시에서 한 주부)

▼답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펴보지 못한 사람에게서 이런 성격이 나타납니다. 이럴 때 아이는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데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커서도 의사표현을 잘 못합니다.

어른이 되어도 마음 속에는 주위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의견을 말했다가 어릴 때처럼 거절당하고 망신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자연스러운 의사표현을 방해하는 것이지요.

먼저 자신이 어른이라는 것을 인식하십시오. 아이 때는 부모나 주위 사람들이 야단을 치면 아무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가까운 사람에게 자기주장을 하는 훈련을 해보십시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자기의사를 표현하면 대개 상대방도 거절을 못합니다. 만약 거절당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우리 문화나 사회적 분위기는 잘 모르는 것이 있어도 이를 표현하고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알면 마음에 위안이 되지요.

양창순(서울백제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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