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는 「담합」을 깨라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26분


10일부터 임시국회 회기가 다시 시작된다. 9일까지 한달동안이나 국회를 연 의원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시 의사당을 열어놓고 국정을 다룬다니 고맙기도 하고 일견 바람직한 일같기도 하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를 막고자 하는 한나라당 때문에 열리는 이른바 ‘방탄국회’라는 측면이 드러난다. 검찰이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불법모금 수사를 시작한 이래 다섯번째 계속되는 방탄국회다.

우선 국회의원의 범죄혐의를 둘러싸고 ‘이래서 죄가 아니다’ 혹은 ‘나는 결코 범법이 없다’고 반론 하는 것이 아니라 신성한 입법기관을 방탄유리 삼아 몸을 피하게 하는 것부터가 국민을 욕보이고 의사당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의 핵심인 국회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법을 짓밟고 우롱하는 일은 어느 나라 역사에도 흔치 않을 것이다.

여당인 국민회의측도 새 회기 중에 서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한나라당측과 ‘묵계’를 해주었다는 점에서 ‘담합정치’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물론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는 얽힌 것을 풀고 야당을 다독거려 앞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얘기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야당이 으름장을 놓고 있는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 해임안,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탄핵안 상정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겠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실망은 거기서 비롯한다. 말하자면 서의원의 범죄혐의에 대해 여당이 확신하고 있고 그것이 정치개혁을 위한 도리없는 절차라면 표결로 처리하는게 옳다. 만약 야당이 법무장관 해임안과 검찰총장 탄핵안을 제출하면 그것도 떳떳하게 표결로 처리하면 될 게 아닌가. 서의원 문제가 여야총재회담 등 정치난국 타개에 걸림돌이 된다면 빨리 처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의원 문제를 감싸는 한나라당의 경우도 그렇다. 주장하는 대로 과연 새 정부들어서도 ‘표적 사정’이 문제고, ‘정치검찰’이 권력에 기대어 야당 탄압에 앞장서고, 법과 정의를 무력하게 했다면 서상목의원문제와 결부 시키지 말고 당당하게 다투어야 한다. 법무장관 해임안과 검찰총장 탄핵안을 손에 쥐고만 있지 말고 본회의에 상정, 지든 이기든 표결을 하는 것이 당당하다.

야당이 정치검찰의 탄압을 받는다고 절규하면서 한편으로는 소속의원을 위해 ‘방탄’장치를 하고, 막 뒤에서 여당총무에게 무엇무엇을 서로 하지 말자고 야합하는 행위가 바로 불투명하고 부도덕하게 비치는 것이다. 여야는 ‘담합’을 깨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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