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답답한 교통행정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21분


이제 운전자들은 웬만한 교통체증에 무신경해진 상태다. 길은 좁고 차는 많으니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마음 한편의 답답함과 짜증을 지울 수는 없다. 체증의 원인이 꼭 차량 증가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툭하면 공사다, 보수다 해서 길을 막는 일이 너무 흔하다. 시당국은 시민 안전과 더욱 원활한 교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시민들은 언제나 그저 참고 기다려야만 하는 건지 궁금한 경우가 많다.

▽21일 시작된 서울 남산2호터널 폐쇄조치로 이 일대 교통이 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강남북을 연결하는 터널이라 서울지역 교통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터널 보수에 소요되는 공사기간은 2년반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체증에 시달릴 시민들은 멀리서 꽉 막힌 터널입구를 보는 것만으로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70년 12월 개통된 이 터널은 내부에 물이 새고 벽면의 콘크리트가 계속 떨어져 재시공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 터널은 건설한 지 3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선진국의 터널들은 1백년이 넘어도 아무 탈이 없는데 30년만에 터널을 다시 건설하다시피 보수해야 할 정도라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걸까. 서울시는 건설 당시 낙후된 우리 기술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시민들을 납득시키기는 어렵다. 부실시공은 없었는지, 서울시가 그동안 관리는 제대로 했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폐쇄 이후 교통대책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폐쇄방침이 정해진 후 4개월 동안 서울시가 마련한 대책은 일부 우회도로 구간을 확장한 것과 안내판 몇개 세운 것이 전부였다. 이웃 1, 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라도 면제해 달라는 운전자들의 요구에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 잘못된 행정의 피해를 언제까지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는 것인가.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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